퍼펙트데이 공동창업자 라이언 판디야(왼쪽)와 페루말 간디.
퍼펙트데이 공동창업자 라이언 판디야(왼쪽)와 페루말 간디.
20대 중반의 젊은 창업가들이 홍콩의 한 사무실에서 솔리나 차우 호라이즌벤처스 대표를 만났다. 홍콩의 재벌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과 함께 호라이즌벤처스를 창업한 그는 세계 벤처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라이언 판디야, 페루말 간디, 이샤 다타르 등 세 청년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우유를 차우 대표의 컵에 따랐다. 우유를 마신 뒤 몇 분이 흘렀을까. 차우 대표는 200만달러(약 21억원)의 종잣돈을 이들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당시 이들의 회사 통장엔 3만달러(약 3000만원)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이달, 이들은 본격적인 우유 상품화를 위해 2470만달러(약 263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홀딩스가 주도한 이 투자에 호라이즌벤처스도 참여했다. 이 우유는 뭐가 특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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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 대표 앞에 섰던 세 사람 중 판디야와 간디는 바이오메디컬을 전공한 과학자였다. 다타르는 캐나다에서 인조고기 기술을 연구하다가 2004년 미국 뉴욕에서 인조 단백질 기술을 개발하는 비영리단체 뉴하베스트를 설립한 인물이다. 이들은 차우 대표가 준 종잣돈으로 퍼펙트데이(당시 이름은 무프리)를 창업했다.

퍼펙트데이는 축산업이 확대되면서 곡물 사료 수요가 늘어나고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로 인해 환경 문제가 야기되는 것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범한 회사다. 축산업을 줄이고 대체 단백질을 찾아보자는 것.

퍼펙트데이는 아몬드 우유나 두유가 우유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간디 창업자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무분별한 축산에 반대하기 위해 고기와 우유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 적이 있는데 불과 며칠 만에 치즈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 모든 종류의 유제품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며 “어렸을 때부터 먹던 것들을 먹지 않기로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은 원래 먹던 것과 맛·성분이 같은 우유를 젖소 없이 만들어내는 연구를 시작했다. 단백질과 소분자를 이용한 백신을 연구하던 판디야 최고경영자(CEO)는 같은 기술로 우유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퍼펙트데이는 효모 균주에 DNA 염기서열을 주입해 우유 단백질을 합성했다. 사용된 효모는 유전자 합성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최종 생산물에는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non-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라벨을 붙일 수 있다.

퍼펙트데이는 실험실 우유가 일반 낙농가에서 생산하는 우유에 비해 환경에 유익하다고 설명했다. 일반 낙농업과 비교해 에너지 소비는 65%, 온실가스 배출량은 84%, 땅 사용은 91%, 물 사용량은 98% 줄일 수 있다는 것. 이 회사는 곧 시판에 나설 계획이다.

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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