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주거니 받거니가 내 말을 빛나게 한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의 경험에는 지혜가 녹아 있다. 한국 최초의 국제회의 통역사인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쓴 《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는 경험에서 끌어낸 지혜를 담은 책이다. 나라 안팎에서 소통의 달인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에게 배운 지혜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격 있게 말하고 듣는 최소한의 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요즘은 다들 말을 잘한다. 강연자로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필자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즉흥 연설에 익숙한 사람들을 볼 때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오랜 경력을 가진 필자도 말을 하기 전에 메모를 한 다음에 말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즉흥 연설을 잘하는 사람을 볼 때면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큰 모임이든 작은 모음이든 메모를 해서 대중 앞에 선다는 것은 말하기가 그만큼 어렵고 위험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소통의 달인들에게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고 한다. 말의 폭이 넓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대화 상대가 누구든 소통하는 순간에 무섭게 집중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소통에서 디테일을 중시하며, 자신의 경험을 자기만의 언어에 담아 표현하는 것을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여긴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소통의 달인들 가운데 유난히 격이 높아 보이는 사람은 소통의 기본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원칙은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하다. “주거니 받거니가 내 말을 빛나게 한다”는 불변의 법칙이다. 이따금 사회적 성취가 높은 사람들이 화제를 독점해 버리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저자는 “청중이 단 한번도 시선을 떼지 않고 주목해 줄 수 있는 시간은 2분이다. 혼자 시간을 독점하지 마라. 2분은 민주주의다”라는 점을 각별히 강조한다. 서평자가 평소에 갖고 있던 아쉬움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다시 한번 이 원칙의 소중함을 이렇게 강조한다. “뛰어난 소통가는 혼자 멋진 문장을 읊는 이가 아니라 ‘주거니 받거니’를 잘하는 사람이다. 이것만 놓치지 않아도 말의 격을 높일 수 있다.”

전문가로서 소통 능력을 강화하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멋진 사례가 소개돼 있다. 2010년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환대에 대한 보답으로 질문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한국인들 가운데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귀한 기회는 중국 기자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원인을 두고 저자는 “매번 느끼지만 한국인들은 ‘틀린다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너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의 문화나 입시가 이를 부추겨 왔지만 진정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생의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소통에서도 실험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다양한 상황과 포지션에 자신을 노출시켜야 비로소 지금 이 자리에 어울리는 말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분이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두려워하지 말고 자꾸 시도해봐야 한다. 저자의 경험에서 얻은 사례들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를 점검하고 개선 방법을 생각하도록 돕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