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 E&P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셰일 개발업체 롱펠로우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일 SK E&P 아메리카에 4853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SK E&P 아메리카는 SK이노베이션의 자원 개발을 담당하는 ‘E&P(탐사·생산)’ 사업부의 미국 법인이다. 출자금은 롱펠로우 지분 인수 외에도 토지 임대와 시추 등 미국 셰일 오일 개발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롱펠로우 인수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운영비용 등을 합쳐 30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롱펠로우는 미국 셰일 오일 개발지로 주목받고 있는 오클라호마주(州)의 스택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2014년 SK플리머스를 설립해 매입한 미국 오클라호마주 그랜트 카운티와 가필드 카운티의 셰일 광구에서 약 40㎞ 떨어져 있다. 셰일 오일은 전통적인 원유와 달리 유가에 따라 신속하게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어 원유 시장의 ‘게임 체인저(판도를 바꿀 계기)’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오클라호마 광구에서 하루 2700 BOE(원유와 가스를 합쳐 원유로 환산한 배럴)의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미국 광구에서 셰일 오일을 직접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SK플리머스와 롱펠로우의 광구 개발을 진행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인근 지역으로까지 개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스택지역의 셰일 선도업체로 도약할 것”이라며 “전통 원유 사업과 셰일 오일 사업 사이에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은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36년 전인 1982년 ‘자원기획실’을 설립하면서 시작했다. 최 회장은 “석유개발사업은 10~20년 이상 꾸준히 노력해야만 성과를 얻을 수 있으니,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말라”고 했다. IMF 외환 위기 때도 석유개발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최 회장의 의지는 아들인 최태원 회장의 뚝심으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2004년 초 해외 자원개발을 총괄하는 자원개발 및 해외사업(R&I) 부문을 신설했다. 2005년 큰 기대를 걸고 추진한 미국 루이지애나 광구 탐사가 실패로 끝났을 때도 “책임을 따지기보다 성과를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임직원을 다독였다. 페루 광구는 1996년부터 17년간 세 명의 대통령을 여섯 번이나 만나며 현장을 지휘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셰일)과 페루, 베트남 등 9개국에서 13개 광구와 4개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원유 지분만 5억3000만BOE에 달한다. 한국이 6개월간 쓸 수 있는 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석유개발사업에서 188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15년(620억원)과 2016년(105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이다. 지난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내외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석유개발사업 수익성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이 확보한 원유·가스 광구의 가치는 3조2000억원에 이른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경우 광구가치는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