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전망에 글로벌리츠펀드가 올 들어 모두 손실을 내는 등 고전하고 있다. 리츠펀드는 부동산 임대료 등을 주요 수익으로 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리츠는 투자금을 모아 상업용 빌딩 등을 사들이는데, 매입 과정에서 자금을 대출하는 일이 많아 금리가 오르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증시가 불안해져도 악영향을 받는다.

◆연초 대비 최대 8% 손실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 전망에 수익성 악화… 글로벌리츠펀드, 올들어 모두 손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개 글로벌리츠펀드(19일 기준)에서 연초 이후 평균 5.93%의 손실이 발생했다. ‘미래에셋TIGERMSCIUS리츠부동산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은 -8.12%까지 떨어졌다. ‘한화글로벌프라임상업용부동산펀드’와 ‘미래에셋미국리츠부동산펀드’ 등도 7% 안팎의 손해를 봤다. 글로벌리츠펀드 가운데 연초 대비 수익률이 ‘플러스’인 상품은 하나도 없었다.

같은 기간 아시아·태평양지역 부동산에 주로 투자하는 아태리츠펀드(3개)의 평균수익률도 -0.98%로 저조했다. 일본리츠펀드(3개)만 2.29% 수익을 올렸다. 리츠는 정기적으로 임대료를 받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상품으로 분류되지만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

펀드 설정액도 줄어들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연초 이후 234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여기에는 최근 출시된 글로벌리츠펀드(한화글로벌리얼에셋혼합자산) 300억원이 포함돼 있어 실제로는 6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금리인상, 장기적으로는 호재”

글로벌리츠펀드의 부진은 금리인상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나무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리츠는 부동산을 구매하면서 대출을 얻는데, 지난달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며 “리츠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팔면서 수익률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인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이나 암시가 나오면 수익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장기적으로는 금리인상이 리츠펀드에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 임대료도 함께 오른다”며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기 충격에서만 벗어나면 투자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일부 펀드가 수익률 반등에 성공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본부장은 “글로벌리츠펀드와 관련한 금리인상 우려는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분산투자 차원에서 가격이 떨어졌을 때 저가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지역별로 접근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유 펀드매니저는 “일본은 지금 수준의 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물가가 조금씩 오르면서 리츠펀드 수익률이 다른 지역보다 좋다”며 “일본이나 유럽에 투자하는 리츠펀드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