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 사전 자료에서 “개성페이와 같은 원화결제 방식의 적용 가능성 등을 기획재정부 등 관련 기관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페이는 개성공단 전용 결제 시스템이다. 임대료와 임금 등을 지정된 원화계좌에 넣으면 북한이 이를 기반으로 한국에서 비군사적 물품만 구입할 수 있는 구조다.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현재 개성공단이나 남북경제협력 사업에는 주로 미국 달러화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된다. 개성공단의 경우 과거 임대료와 임금 등을 달러화로 지급하면서 북한이 이를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총재는 다만 “유엔, 미국의 대북제재와 상충 여부, 현재 진행 중인 남북정상회담, 북미 간 대화 추이 등을 봐 가며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개성페이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또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 통상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미국 교역촉진법에 따를 경우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교역촉진법을 보면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외환시장에서 달러 순매수 비중이 GDP 대비 2% 초과 등 3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한국은 무역수지, 경상수지 조건 두 가지만 해당돼 관찰대상국에 올라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늘리겠지만 정부 대책으로 영향이 일부 상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한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일자리안정자금)지원대책이 계획대로 집행된다면 올해 인건비 증가율은 예년(과거 4년 평균 7.4%)과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저임금 1%포인트가 오르면 물가와 경제성장률을 각각 0.01%포인트와 0.006%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도 분석했다.
정부가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4조원 규모로 편성하기로 한데 대해서도 “고용사정이 긴박한 현 상황에서 재정지원을 통한 고용증대 정책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과 일본의 통화스와프 체결 관련해선 “정치·외교적 사안과 맞물려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며 재개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은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 총재의 연임 관련 인사청문회 사전 요구자료는 1100여건이 들어왔다. 4년 전 이 총재의 첫 청문회 때(694건)보다 1.6배 늘었다. 이 중 정책 관련 요구자료는 950여건이었다. 2014년 402건에서 2.4배 늘었다. 반면 신상과 관련된 자료는 292건에서 150여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총재는 2014년 4월 한은 총재로 취임했으며 청와대가 지난 2일 이 총재의 연임을 발표했다. 오는 21일 이 총재의 두 번째 인상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린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