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아웃 아니다"…메이저 대비한 퍼터 교체 승부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만 부활한 것이 아니었다.

'골프 여제' 박인비(30)도 1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정상에 복귀하며 '귀환'을 알렸다.

박인비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지난해 3월 HSBC 챔피언스 이후 1년 만에 정상에 오른 박인비는 특히 공동 2위 선수들을 5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인비는 이후 좀처럼 예전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림픽 우승 이후 손가락 부상으로 2016시즌을 마감했던 박인비는 지난해 3월 HSBC 챔피언스 우승으로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 뒤로 다시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고 지난해 8월 브리티시오픈 이후 이번엔 허리 통증 때문에 일찍 시즌을 접었다.

이달 초 HSBC 월드챔피언십으로 2018시즌을 시작한 박인비는 그 대회 2연패를 노렸으나 공동 31위에 그쳤다.

일부에서는 올림픽 금메달과 그랜드 슬램 달성 등 대부분의 업적을 이룬 박인비가 더는 이룰 것이 없어서 동기 부여가 잘 안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인비는 이 대회 3라운드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번 아웃(에너지를 소진한 것)이 아니다.

다시 골프를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이런 시선을 반박했다.
그리고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 '퍼터 교체' 카드를 꺼냈다.

그는 이번 대회 기간 인터뷰를 통해 "(헤드가 일자형인) 앤서 스타일의 퍼터로 바꿨다"며 "예전에는 (헤드가 반달 모양인) 말렛 스타일의 퍼터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그 퍼터는 내가 어떤 점이 잘 안 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내 퍼트에서 잘 안되는 점이 무엇인지 더 잘 알아내기 위한 교체"라며 "메이저 대회 직전에 교체하면 부담이 있어서 시간 여유를 두고 바꾼 것"이라고 덧붙였다.

흔히 일자형 퍼터는 초보 골퍼들에게는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인비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퍼트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에게 1타 차로 쫓긴 12번 홀(파4) 그린 밖에서 시도한 퍼트로 한숨을 돌렸고, 이후 15번 홀(파5)까지 4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3, 14번 홀에서 연달아 만만치 않은 3m 이상 거리의 퍼트를 떨궜다.

박인비는 경기를 마친 뒤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시즌 초반에 우승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싱가포르 대회에서 공은 잘 맞았지만 퍼트가 좀 아쉬웠는데 이번 주는 퍼트가 잘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는 2라운드에서만 퍼트 수가 33개로 많았고 1, 2, 4라운드에서는 27, 27, 28개로 막아내며 준수한 기록을 냈다.

부활한 박인비가 29일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최근 2년간 잠잠했던 메이저 우승까지 일궈낼 것인지 기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