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튼 테일러 차기 미국유방외과학회장(사진)은 "미국의 유방외과 의사들은 유방암 치료 뒤 환자가 자신감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종양 수술과 유방 재건 수술을 함께 진행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유방외과학회는 35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 미국 최대 유방외과 의사 단체다. 그는 대한외과초음파학회가 17일 주최한 '바드 유방생검술 심포지엄'에서 변하고 있는 유방암 치료 트렌드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 방한했다.
최근 발전하고 있는 최소침습적 유방생검술은 유방을 4~5mm 정도 절개하고 작은 바늘을 넣어 진공흡인 방식으로 암이 의심되는 종양과 병변 조직을 채취하는 시술이다. 시간이 30분밖에 안 걸리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조직마커는 유방의 병변 부위에 삽입되는 3mm 크기의 물체로 병변 위치를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유방총생검과 진공흡인 유방생검술을 실시한 후나 선행화학요법 전에 넣어 의사가 암을 추적 관찰할 수 있게 한다.
테일러 박사는 "한국,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조직마커가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수술이 최초침습을 지향할수록 병변을 정확히 겨냥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겨드랑이 림프절에서 암이 발견돼 유방절제술을 시행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더니 조직마커를 없이 유방을 절제한 환자군의 약 25%에서 암이 전이된 림프절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조직마커의 수가를 산정해주지 않아 병원에서 모든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조직마커를 신의료기술로 평가해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유방암 진단 기술의 발달로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견해도 내놨다. 기존 치료법은 암 조직을 외과적 수술로 들어내고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하는 식이었다. 그는 "조직마커로 병변 위치를 파악한 뒤 유방암의 특성에 따라 약물이나 호르몬 등 적합한 화학요법을 먼저 시행하면 유방을 제거하지 않아도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며 "향후 10년간 외과적 수술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일러 박사는 유방외과 의사가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방외과 의사는 유방암을 외과적 수술만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치료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진단과 치료에도 관심을 가져 종합적인 안목으로 환자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