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조기 기준금리 인상론이 힘을 잃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달 말 예고된 한·미 금리 역전과 이주열 한은 총재 연임 등을 근거로 오는 5월 금리 인상을 유력하게 봤다.

하지만 이 총재가 “연임과 통화정책 방향을 연결 짓는 건 적절치 않다”고 못 박은 데다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후임에 보수 시장론자인 래리 커들로 경제평론가가 내정되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전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사전 답변서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연임 여부와 연관 지어 예상하는 건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연임 결정 직후 형성된 5월 금리 인상 가능론이 전일 이 총재의 답변이 알려지면서 채권 금리가 떨어지는 등 하반기 인상론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내외 여건도 만만치 않다. 북한 위험요인은 완화되는 조짐이지만 미국발(發) 통상 악재가 수출 기업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총재 역시 “한국 경제에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나오고 있어 앞으로의 흐름을 정확하게 내다보는 게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경제 책사로 커들로가 내정된 것도 금리 인상 시기 전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커들로 내정자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부정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