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사장 재선임 안건에서 주요 주주 중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만 반대표를 던졌고,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표결 결과를 비율대로 반영하는 '중립'을 선언해 사실상 백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KT&G는 16일 오전 10시 대전 KT&G 인재개발원 비전홀에서 열린 제3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2호 의안이었던 백 사장 재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1억2626만5127주) 중 9328만7928주가 참석해 보통결의 및 특별결의 요건을 갖췄다.
제1호 의안인 제31기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와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은 주주들의 반대 없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관심을 모았던 제2호 의안인 백 사장 재선임 안건을 놓고 주요 주주인 IBK기업은행이 예상대로 반대의견을 개진해 주주들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IBK기업은행은 그동안 백 사장이 연루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에서의 분식회계 의혹과 사장 후보 결정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연임에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주총에 기업은행 대리인으로 참석한 서치길 IBK 전략기획부장은 "현재 해외투자사업 관련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정밀감리가 진행 중이고 KT&G 전 임직원들이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라며 "이는 현 대표이사와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모든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개인주주는 "백복인 사장이 취임 기간 해외사업 및 전자담배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냈으므로 의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데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약 5분여 간의 찬반 투표 끝에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1억2626만5127주 중 9328만7928주가 표결에 참여했고, 이중 7114만2223주가 백 사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져 56.34%의 지지율이 나왔다. 주총 출석 인원수의 과반수 찬성과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의 4분의 1 이상의 요건을 만족해 원안대로 승인됐다.
이미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 하루 전 백 사장 연임 안건에 대해 '중립' 의견을 내기로 입장을 정하면서 상황은 백 사장 연임 쪽으로 급속히 쏠렸다.
중립 의결권은 다른 주주의 찬성과 반대 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투표 방식으로 사실상 기권에 해당하지만 이미 50%가 넘는 외국인 주주들이 백 사장 연임에 찬성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실상 백 사장 재선임에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공식적으로 2대 주주인 기업은행만 반대 입장을 표명한 셈이 됐다.
백 사장은 "급격히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회사를 이끌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성장 중심의 공격적인 해외사업 확대 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홍삼과 제약, 화장품, 부동산 사업 공고화로 균형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주주가치 극대화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 사장은 KT&G 첫 공채 출신 사장으로 2015년 취임한 뒤 글로벌 사업 확대에 집중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원 돌파를 이뤄냈다. 중동에만 쏠려 있던 해외시장을 중남미, 아프리카까지 넓혔다는 평가다.
김흥렬 수석 부사장도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연임하게 됐다. 현행 이사회 이사 수를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자는 안건은 부결됐다. 이는 기업은행이 KT&G의 경영진을 견제하고 주주들의 의견을 회사 측에 요구하기 위해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안건이다.
KT&G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모두 10명의 이사를 둘 수 있다. 현재 이사회는 백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해 2명의 사내이사, 6명의 사외이사 등 모두 8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증원의 건이 부결되면서 KT&G가 추천한 백종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만 새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한편, 이날 주총장 밖에선 KT&G 노조가 IBK기업은행을 통한 정부의 경영권 간섭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IBK기업은행의 지분 51.8%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