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바나나, 변했다고 버리나
한 해 동안 세계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양은 얼마나 될까. 영국 연구단체인 ‘폐기물·자원 행동 프로그램’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연간 식량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000억달러(약 426조원)가량이다. 이들 쓰레기에 가치를 매긴 것은 이 중 상당 부분이 먹을 수 있는 쓰레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은 자료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FAO는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13억t 가운데 대부분이 식재료 생산·유통 과정에서 폐기되는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식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식재료 중 먹을 수 있는 상태인데도 제때 팔리지 않아 버려지는 주요 품목은 무엇일까. 최근 스웨덴 칼스타드대 연구진이 이 질문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우리와 식습관이 다른 북유럽 식품유통시장 대상 연구 결과지만 폐기량 상위 품목 대부분이 한국인도 즐겨 먹는 것들이다.

칼스타드대는 스웨덴 슈퍼마켓 체인인 ICA의 매장 세 곳을 대상으로 유통기한이 지나 진열대에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식재료 종류와 양을 조사했다. 먼저 버려지는 식재료 종류마다 무게를 구하고 도매가를 기준으로 폐기된 식재료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했다. 마지막으로 식재료를 버리기 위해 마트 점원들이 추가도 들인 노동력을 돈으로 산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식재료 폐기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마트가 입는 금전적 손실을 파악했다.

이 세 가지 기준을 고려했을 때 가장 많이 폐기되는 식재료는 바나나였다. 다음으로 사과, 토마토, 상추, 파프리카, 배, 포도가 뒤를 이었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유통기한이 짧고 쉽게 변질되는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일수록 버려지는 양이 많았다. 이들 7가지 품목이 전체 식품 폐기량의 절반을 차지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바나나는 물량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미치는 악영향에서도 낭비 정도가 가장 심한 품목이었다. 이는 바나나 껍질 색깔에 대한 소비자의 편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검은색 반점이 생겨난 바나나는 먹으면 안 된다는 오해 때문에 멀쩡한 식품을 버린다는 것이다.

매년 한국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의 70%가량도 식용으로 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6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음식물류 폐기물 발생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식재료 유통·조리 과정에서 국내 음식물 쓰레기의 57%가 발생한다. 보관 도중 버려지거나(9%), 먹지 않은 채 버리는 것(4%)까지 합하면 70%가 된다.

FARM 홍선표 기자

전문은 ☞ blog.naver.com/nong-up/221213337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