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고졸을 뽑아라"
지역인재 9급 공무원 채용 확대
6년간 842명…임용률 100%
공기업·은행 블라인드 채용 확산
대기업도 공채·수시 채용문 넓혀
특성화고 출신들 '선취업 후진학'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해요"
공기업 신입직원 20%가 ‘똑고졸’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229명의 고졸인재를 뽑았다. 전체 채용인원(1158명)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LH도 지난해 하반기 전체 채용규모의 20%에 해당하는 64명의 고졸 출신을 신입직원으로 채용했다. 공공기관들이 지난해부터 학벌과 나이, 지역을 따지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하면서 고졸인재들이 공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채용이 확산되고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에 지역인재 30% 채용을 의무화한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승진이나 임금, 복지 등 처우에서 대졸 신입사원과 차별이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김관봉 한전 인사부장은 “고졸 출신들은 고교 시절 회사에서 필요한 업무역량을 쌓은 덕분에 대졸 출신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고졸자에게도 대졸자와 동일한 직급, 직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고졸 인재들의 ‘진학꿈’을 돕는 공기업도 많다. 2011년 금오공고 졸업 후 한국남동발전에 입사한 박승민 씨(25)는 4년 뒤 고려대 전기공학부에 입학했다. 회사에서도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는 “고교 때 배운 지식으로는 한계를 느껴 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됐다”며 “시험기간에는 상사에게 이해를 구한다”며 열의를 드러냈다.
정부 부처에서도 스카우트 경쟁
지난해 11월3일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 9급 지역인재 수습직원 최종 합격자 170명을 발표했다. 이 중 87%(148명)는 고교 출신이었다. 지역인재 9급은 지역의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전문대 졸업자나 졸업예정자들에게 공직의 기회를 주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합격자들은 6개월간 각 부처에 배치돼 근무한 뒤 평가를 거쳐 9급 국가공무원으로 정식 임용된다. 온준환 인사혁신처 과장은 “지금까지 수습직원 가운데 임용이 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며 “각 부처에서 지역인재 출신을 서로 데려가기 위해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역인재 9급의 선발 규모를 매년 늘려 지난해까지 842명을 채용했다. 올해도 180명을 뽑을 계획이다. 지난해 지역인재 9급에 합격한 남윤아 씨는 “채용비리도 없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시험”이라고 강조했다.
‘준비된 은행원‘ 고졸인재
지난해 국민·우리·KEB하나·기업은행 등 4곳은 모두 고졸인재 164명을 채용했다. 이들을 채용한 각 은행 인사담당자도 크게 만족해했다. 지원자 면면의 ‘스펙’이 대졸자 못지않을 뿐 아니라 일을 향한 열정과 은행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임주영 기업은행 인사부 차장은 “은행에 입사한 고졸자들은 ‘준비된 은행원’들”이라면서 “입사 전부터 은행의 업무와 은행원에게 필요한 역량을 꿰차고 있어 별도의 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은행에 지원하는 고졸인재들은 3년간 평균 6~7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금융권 최신 동향을 파악하는 등 ‘준비된 인재’로 무장한다. 이원석 KEB하나은행 차장은 “지원서를 낸 고졸인재들의 역량이 상향 평준화됐다”며 “면접 때는 역량보다는 입사 후 성실히 일할 사람인지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입행 5년 차인 함지윤 KEB하나은행 계장은 “대졸과 고졸의 업무 차이가 전혀 없다”며 “지점에서는 나이가 어리다고 오히려 동생처럼 더 챙겨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함 계장은 지난해 경희대에 입학해 진학의 꿈을 이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대기업도 고졸인재를 뽑고 있다. 삼성은 공채 형태로 선발하며, 현대차는 수시채용을 통해 채용한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들이 입사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 50.6%
지난해 직업고 취업률이 50%를 넘어섰다. 2000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대학 졸업장이나 서류보다는 실무 경쟁력을 갖춘 고졸자를 영입하려는 기업들이 증가한 덕분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