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의 차기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푸틴 4기 정권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경제 회복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는 18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경쟁으로 국민의 눈을 돌리려는 푸틴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강한 러시아’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경제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평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어떤 미사일방어(MD) 시스템도 요격할 수 없는 신형 핵추진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對)국민 선전용 도발도 경제 침체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정부는 핵무기뿐 아니라 교육과 보건에 대한 장기 투자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명확한 비전을 세워야 한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1~2기 집권기(2000~2008년) 동안 고유가에 힘입어 연평균 7%의 고도성장을 거두면서 강한 리더십을 구축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총리로 물러나면서 경제 파탄의 책임론에서 비켜 갔다. 하지만 2014년 크림반도 병합으로 서방 제재를 받은 데다 국제 유가 하락이 겹치면서 2015~2016년 러시아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3기(2012~2018년)엔 ‘우울한 경제 성적표’를 받았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일부 나타났다. 러시아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5%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석유 감산 협력으로 유가가 반등하면서 한때 국내총생산의 3.7%까지 치솟았던 재정 적자는 2.1%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세계은행(WB)은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1.7%, 내년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평균(3.1%)에 1%포인트 이상 밑도는 수준이다. 점진적인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FT는 전했다. 산업 자동화 수준은 낮은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력은 부족하고 인프라 노후화도 심각하다. 가계 실질소득은 4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국제 유가에 따라 요동치는 루블화가치도 불안 요소다. 석유·가스부문이 러시아 재정 수입의 약 40%를 차지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도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경제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투자를 늘리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푸틴 정권이 성공하는 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