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숨어 있는' 임차인 대항력 살펴라
회사원 L씨(37)는 경매로 빌라를 매입하기로 했다. 2차 경매가 진행될 예정인 관심 물건이 시세보다 30% 정도 쌌다. 권리관계도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임차인, 3순위 가압류뿐이다. 경매로 모든 권리는 소멸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임차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1순위 근저당권보다 앞서 전입신고를 했다가 다시 전출했고, 또다시 1순위 근저당권이 생긴 뒤에 전입신고를 했다. 임차인은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상태다. 경매에 참여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전출한 뒤 또다시 전입하는 경우에는 다시 들어온 그 시점을 기준으로 임차인의 지위를 따진다. 임차인이 새로 전입신고한 그 시점에 1순위 근저당권이 생기지 않았다면 종전과 같이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 전입신고하기 전에 이미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됐다면 대항력 갖춘 임차인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다. 그러나 임차인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아래 세 가지의 경우에는 최초의 전입일자를 기준으로 대항력을 따지게 된다.

첫째, 가족의 주민등록 전입은 유지한 채 세입자만 나갔다 다시 들어오면 대항력은 상실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민등록이라는 대항요건은 임차인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 및 자녀의 주민등록 전입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족의 주민등록은 그대로 둔 채 임차인의 주민등록만 일시적으로 다른 곳으로 전출했다면 전체적으로 볼 때 주민등록의 이탈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경우 임차인의 대항력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대법원 95다30338 참조).

둘째, 임차인의 주민등록이 직권말소됐다가 다시 회복된 경우에도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다. 임차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주민등록법에 따라 시·군·구청장의 직권조치로 주민등록이 말소되면 원칙적으로 그 대항력도 상실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직권말소 후 소정의 이의절차에 따라 주민등록이 회복되거나 재등록이 이뤄지면 대항력이 상실되지 않는다. 다만 임차인의 직권말소가 주민등록법 소정의 이의절차에 따라 회복된 것이 아니면 대항력은 인정받을 수 없다(대법원 2002다20957 참조).

셋째, 임차인의 주민등록이 제3자에 의해 임의로 이전되고, 본인에게 잘못이 없는 경우에는 대항력이 상실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주민등록이 임차인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제3자가 임의로 이전하는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이 주민등록이 잘못 이전된 경우 임차인에게 책임을 물을 만한 사유가 없다면 임차인이 최초에 취득한 대항력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대법 2000다37012 참조).

따라서 매수인은 기준권리(1순위 근저당권) 전후로 임차인의 전입·전출과 함께 또다시 전입신고가 됐다면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임차인의 배당요구 여부와 상관없이 최초의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인지 다시 한번 따져보고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