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이 11연임에 성공하면서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 최대 순이익을 내고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유일하게 발행어음 인가를 얻는 등 뛰어난 경영실적이 ‘연임 신화’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만장일치로 유 사장을 CEO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고 8일 발표했다. 임추위는 “유 사장이 2007년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회사 대표를 맡아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 회사 발전에 기여했다”며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CEO로서 갖춰야 할 자질과 역량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유 사장의 연임은 오는 22일 열리는 한국투자증권 정기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임기는 1년으로 올해 12년차 CEO가 된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경영성과를 볼 때 유 사장의 11연임은 예견된 결과라는 게 증권업계 중론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수익 6조2005억원, 영업이익 6860억원에 순이익 5254억원을 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국내 증권사 중 최대 규모다. 부동산금융, 주식발행시장(ECM), 채권 등 IB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자산관리(AM) 부문을 강화해 수탁액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 중 유일하게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해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에 운용해 올리는 수익은 올해부터 실적에 본격 반영될 예정이다. 올해 발행어음 판매 목표치는 5조원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단팍증권사를 인수하고 올초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베트남법인(KIS 베트남)을 현지 7위 증권사(자기자본 기준)로 끌어올리며 해외 진출을 진두지휘한 점도 인정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아시아 신흥국 채권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해외 투자에 나서 이익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유 사장은 대우증권과 메리츠증권을 거쳐 2002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으로 옮겼다. 2007년 47세의 나이로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최연소 CEO라는 기록을 쓴 뒤 매년 연임에 성공하며 최장수 CEO 타이틀을 이어가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