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김정은으로부터 '비핵화' 끌어낸 건 획기적 성과"

요미우리 기고…"김일성 '유훈' 강조는 민중 납득시키기 위한 것"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 합의 등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라는 말을 끌어내고 북미대화에 대한 의욕을 표명하게 한 것은 획기적이고 커다란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8일 발행된 요미우리신문 기고를 통해 "오래 계속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라 이미 남북관계는 비핵화 진전이 없이는 개선할 수 없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핵강국'이 되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며 "오랫동안 외부 위협을 막기 위해 핵 개발을 해왔지만 수많은 제재 때문에 경제가 타격을 받아 이대로는 국내의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배경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가 조부인 김일성 주석,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면서 비핵화를 정당화한 것은 민중을 납득시키기 위한 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물론 북한이 정말 비핵화에 응할지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대의 진심을 의심하는 것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김 위원장이 이번에 말한 것을 실행하게 해 (비핵화 등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다만 "비핵화가 '긴 여행'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비핵화 대가로 북한이 미군 철수를 주장하면 미국이 대화 자리에서 곧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스스로 요구해 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우선은 서로 신뢰를 구축하고 여러차례에 걸쳐 대화를 거듭한 뒤 비핵화를 위한 큰 틀의 로드맵 만들기를 지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정권이 이번에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러시아에 남북회담 결과를 직접 설명하러 가는 것은 향후 6자회담 재개를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간에 걸친 비핵화 프로세스에는 북미 쌍방의 노력을 감시할 관계국의 참여가 없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