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에서 메달 딴
윤성빈·이상호에도 '러브콜'
장외스타 김연아는 '광고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여자 컬링 국가대표 ‘팀 킴(Team Kim)’ 멤버들이 경기 도중 농담삼아 한 말이다. 이 말은 현실이 됐다. LG전자는 7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 컬링팀을 공식 후원하고 무선청소기 등 가전제품 광고모델로 기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평창올림픽 스타들이 광고계의 ‘블루칩’이 되고 있다. 컬링팀뿐 아니라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 스노보드 이상호 선수 등을 모델로 섭외하기 위해 업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 2022년까지 장기 후원
컬링팀 선수들은 이달 공개될 ‘LG 코드제로’ 광고의 새 모델로 출연한다. 모터가 손잡이 쪽에 달린 상중심(上中心)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과 로봇청소기 ‘코드제로 R9’, 무선 진공청소기 ‘코드제로 T9’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들이 청소기 모델로 발탁된 데는 소비자들의 힘이 컸다. 컬링팀이 올림픽에서 선전하자 네티즌은 청소기 광고모델로 써야 한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컬링 경기에 사용되는 장비인 스톤과 브룸이 각각 로봇청소기, 무선청소기와 비슷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컬링팀을 광고모델로 쓰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 한국영업본부 마케팅팀 직원들은 경북 의성으로 가 선수들의 부모를 설득했다. 일회성 광고를 찍는 게 아니라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기간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톱스타라고 해도 광고모델을 4년간 기용하는 사례는 없다”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장기적으로 후원하기로 해 진정성을 받아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이전부터 ‘동계 불모지’로 꼽히는 종목들을 후원한 것도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LG전자는 2015년부터 스켈레톤 국가대표팀과 윤성빈 선수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작년에는 남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과 차준환 선수 등 남자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지원도 시작했다. ◆“배추보이·아이언맨 잡아라”
평창올림픽은 과거 올림픽에 비해 선수와 팬들이 자발적으로 광고 마케팅 영역을 넓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포츠팬들은 스노보드 이상호 선수가 강원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에 대해 이상호 선수는 “배추를 알릴 기회가 있다면 어느 곳이든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커피에 관심이 많아 바리스타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상호 선수에게는 식음료업계와 배달업계 등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켈레톤의 윤성빈 선수는 경기 중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나와 화제가 됐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스켈레톤 종목의 특성에 윤성빈 선수의 강렬한 이미지가 더해지며 정유, 자동차, 통신사 등에서 모델 제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망 선수를 점찍어 모델로 선점한 곳도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빙속 철인’ 이승훈 선수를 진라면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이달 말까지 방송되는 ‘진라면 골드에디션’ 광고에 등장한다.
‘피겨퀸’뿐 아니라 ‘광고퀸’으로도 활약 중인 김연아는 평창올림픽이 낳은 장외 스타다. 올해 평창올림픽 효과로 모델료 수입이 전년보다 10억원 이상 더 올라간 160억원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연아는 SK텔레콤과 KB금융그룹, 코카콜라 등 굵직한 대기업 광고부터 주얼리, 화장품 광고모델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고재연/김보라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