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명문 사립 시카고대학이 1천억 원대 기부금을 본연의 목적을 벗어난 곳에 허투루 쓰고 있다는 혐의로 피소됐다.

6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대학신문 '더 마룬' 등에 따르면 2015년 시카고대학에 1억 달러(약 1천200억 원) 기부를 약정한 '피어슨 가족 재단'이 시카고대학을 상대로 '기부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어슨 재단은 최근 재단 소재지 오클라호마의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시카고대학 경영진이 기부 협약을 어기고, 막대한 규모의 기부금을 본연의 목적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기부 중단 선언과 아울러 "지금까지 전달한 2천200만 달러(약 250억 원) 전액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사업가 토머스 피어슨과 티머시 피어슨 형제가 주축이 된 피어슨 가족 재단은 2015년 시카고대학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 내에 '국제 분쟁 전문 연구소'를 세우기로 하고 설립·운영 기금 1억 달러 기부를 약속했다.

국제 사회의 해묵은 분쟁이 끝날 줄 모르고 새로운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사회과학 분석 역량을 인정받는 시카고대학 내에 연구소를 세워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고, 다양한 포럼에 국제 사회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구체적인 해법을 모색해가겠다는 야심 찬 취지였다.

당시 시카고대학은 이 기부금이 대학 역사상 2번째 큰 규모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관계는 곧 금이 갔다.

시카고대학 신문 '더 마룬'은 작년 여름 입수한 66쪽 분량의 대학 내부 문건을 토대로, 대학과 재단이 연구소 설립 직후인 2016년부터 갈등을 빚었다고 전했다.

피어슨 재단은 소장에서 "시카고대학이 연구소 총괄책임자 및 연구·교수진 자리에 자격 미달자를 앉히고, 커리큘럼 개발에 소홀했으며, 기대했던 연례 학술대회도 개최하지 않았다"면서 "기부금 일부를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 운영 예산으로 편성하는 등 허투루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단이 문제를 제기한 이후로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고의적인 허위 진술을 해왔다"며 "이로 인해 피어슨 재단은 시카고대학에 대한 모든 신뢰를 잃었다"고 진술했다.

피어슨 재단 대변인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른 기부자들도 규모가 크든 작든 시카고대학에 기부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대학 측은 혐의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모든 기부금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고 있다"면서 "단, 연구·교수진 선임은 '학문 자유 원칙'에 따라 대학이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행사를 개최했고, 200여 명의 학생이 국제 분쟁 관련 과정을 이수했다"면서 "피어슨 연구소는 앞으로도 의미 있고 중요한 과제들을 지속해서 수행해 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명문 시카고대, 1000억 원대 기부금 허투루 쓴 혐의 피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