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김 위원장을 실제로 만난 남측 인사는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조문차 방북했던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이 유일하다.
하지만 당시의 만남은 민감한 대화 없이 순수한 조문에 가까웠다.
김 위원장이 후계 수업을 꾸준히 받아오긴 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북한 내 권력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는 때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남측 인사를 대면한 적이 없다.
이번에 문 대통령의 특사단과 마주 앉게 되면 남측 당국자와의 첫 만남이 된다.
우리 특사단으로서는 김 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과 남북관계 개선 등에 대한 밀도 있는 대화를 할 기회인 동시에 김 위원장의 외교스타일을 파악할 흔치 않은 기회다.
김 위원장의 스타일은 그간 북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짐작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핵·미사일 개발자들을 업어주고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에서 파격적인 면모가 엿보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간접적 접근이라 김 위원장의 실제 스타일을 알기는 쉽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 보여줄 '편집 없는 민낯'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만남은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향후 북미대화 성사 과정에서 보여줄 태도를 직접 가늠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신년사를 통해 전격적으로 태도 전환을 꾀한 김 위원장이 예상을 뛰어넘는 유연함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선을 그어온 만큼 김 위원장이 특사단을 경직되고 직선적인 태도로 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이후 외국 인사를 만난 건 7차례 정도다.
2012년 8월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하면서 외교무대에 본격 데뷔했고 이후 중국과 쿠바, 시리아 등의 대표단을 평양에서 만났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집권후 북한 땅을 벗어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특사단 방북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외교 보폭을 넓혀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를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냉각기가 지속되고 있는 북중관계를 감안하면 당장은 현실성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김 위원장이 방중하게 되면 북중관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북중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한층 북한과 비교적 가까워진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