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지나 파릇파릇한 새싹이 움트는 봄의 문턱에 다다랐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봄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걷기 여행만 한 것이 있을까. 겨우내 메말랐던 가지에 새싹이 돋아나듯 움츠렸던 몸을 일으켜 봄 내음 물씬 풍기는 시원한 바람을 벗 삼아 봄 여행길에 나서보자. 여기 완연한 봄기운 속으로 우리를 안내할 걷기 여행 코스가 있다.
강진 바스락길 1코스.
강진 바스락길 1코스.
관음보살바람이 부는 강화나들길 11코스

석모도 선착장~매음리선착장~어류정항~민머루해변~어류정수문~보문사

강화 석모도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고려시대 이후 이뤄진 간척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석모도는 2017년 연륙교 개통으로 수도권 여행지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강화 나들길 11코스(16㎞)는 1000개의 눈과 1000개의 손을 가진 관세음보살 바람이라 부르던 석모도의 바람길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석포리선착장에서 시작해 해안제방길을 따라 바다와 갯벌, 항구로 이어지는 해변길이다. 석포리선착장에서 출발하면 시커먼 갯고랑 너머로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제방길을 따라 보문선착장과 어류정항을 지나면 호젓한 숲길을 통과하게 된다. 숲길 끝에 있는 섬에서 유일한 해수욕장인 민머루해변을 거쳐 다시 왼쪽으로 바다, 오른쪽으로 낙가산을 끼고 있는 해안제방길을 따라가면 11코스의 마지막 코스이자 마애석불좌상으로 유명한 보문사로 이어진다.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조각작품 감상하는 조강철책길

문수산성남문~홍예문~쌍용대로~조강저수지~애기봉입구

경기 김포 평화누리길 2코스는 문수산성에서 시작해 민통선 마을인 조강리 마을을 지나 애기봉 입구까지 이어지는 총 8㎞ 길이의 걷기길 코스다. 김포에서 가장 높은 명산인 문수산(해발 376m) 산행길로 일부 구간은 북한과 인접해 있어 철책 너머 북녘땅을 바라볼 수 있다. 코스 중간에 유명 작가의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김포국제조각공원이 조성돼 있어 색다른 재미와 감동도 선사한다. 한때 서해바다를 통해 한성으로 드나들던 배들이 물때를 기다리며 정박하는 등 배와 사람들의 왕래가 왕성했던 조강리 마을에선 긴장감과 평화로움이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루트에서 살짝 벗어나지만 문수산성 장대까지 올라가 조강과 염하강이 연출하는 장쾌한 풍경과 함께 남북 분단의 엄혹한 현실을 직접 확인해 보는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김포시청 문화예술과
[여행의 향기] 솔향기 가득한 자드락길, 다산이 즐기던 사색의 길… 봄이 오는 길
왕건의 도피로였던 평광동 왕건길

평광동 입구~평광초등학교~평광지~모영재~재바우농원~첨백당~평광종점 정류장

대구 팔공산 올레길 4코스의 출발점인 평광동은 대구 사과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팔공산 청정 자연 속에서 키운 100년 전통의 평광사과 재배지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사과꽃이 피는 봄과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는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꼽힌다. 시랑이 마을로도 불리는 평광동은 927년 벌어진 공산전투에서 수세에 몰린 왕건이 몸을 피했던 일화가 전해진다. 당시 왕건에게 주먹밥을 준 나무꾼이 그를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잃어버렸다고 해서 실왕리(失王里)라 부르기 시작했고 세월이 지나 시랑이로 이름이 바뀌었다. 평광동 입구에서 신숭겸 장군 영각과 유허비가 있는 모영재까지를 왕건의 도피로라고 해 ‘왕건임도’라 부른다. 효자 강순항의 이름을 딴 강순항나무에서 시작해 1945년 해방을 기념해 민초들이 심은 광복소나무, 효자 우효중과 선비 우명식의 절의를 기리기 위해 세운 재실인 첨백당으로 이어지는 코스의 길이는 7.4㎞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충주호 조망하는 풍경길 종댕이길

마즈막재주차장~오솔길~생태연못~1조망대~팔각정~2조망대~출렁다리~육각정~계명산휴양림~마즈막재주차장

종댕이길은 충주호와 남한강, 계명산 등 충주의 뛰어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조성된 길이다. 계명산 줄기인 심항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고 운동도 할 수 있는 숲길이다. 우거진 숲의 다양한 식물과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충주호의 아름다운 경관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지고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가족 단위 탐방에도 제격이다. 계명산은 충주의 진산 격으로 암봉이 많아 생김새가 수려하고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충주 시내와 충주호 조망이 일품으로 꼽히는 곳이다. 계명산의 한 자락이 충주호를 향해 주먹처럼 튀어나와 있는 작은 봉우리가 종댕이산이라고도 불리는 심항산이다. 종댕이(宗堂)라는 이름은 충주지씨(忠州池氏)의 관향(貫鄕)인 인근 마을 종댕이마을에서 비롯됐다. 산의 굴곡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호젓한 숲길 중간에는 전망대가 있어 마음껏 충주호의 화려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충주 공용버스터미널 관광안내소
충주 풍경길 종댕이길.
충주 풍경길 종댕이길.
황금빛 노을 일품인 청풍호 자드락길 2코스

능강교~정방사

충북 제천시 청풍호 자드락길 2코스 정방사길(1.6㎞)은 사시사철 맑은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 솔 숲길을 따라 정방사로 이어지는 길이다.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의 풍경이 아름답고 코스가 길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천년고찰 금수산 정방사는 절벽 아래 제비집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망무제(一望無際)로 펼쳐지는 월악산 영봉과 겹겹이 이어지는 능선, 호수 아래 황금빛 노을이 장관으로 손꼽힌다. 출발 지점인 능강교 아래 능강계곡의 너럭바위와 크고 작은 바위,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어우러진 소소한 풍경도 볼거리다. 절 뒤편 기암 아래 감로수와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백미로 꼽힌다. 제천시 관광정보센터

다산의 흔적 강진 바스락길 1코스

백련사~다산초당~마점마을~용문사~석문공원~소석문~도암중학교~도암면사무소

전남 강진 바스락길 1코스(8㎞)는 다산 정약용이 백련사의 혜장선사를 만나기 위해 오가던 사색의 길로 남도 명품길 중 하나다. 인연의 길(1코스), 자아의 길(2코스), 평안의 길(3코스) 등 3개 코스로 조성된 바스락길은 백련사, 다산초당, 다산수련원, 석문공원, 주작산자연휴양림 등 기존 노선을 활용해 장거리 걷기여행길로 조성됐다. 해발 400m의 만덕산은 겉모습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백련사와 다산초당, 동백나무숲 등 역사, 문화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신라 말기 창건된 백련사를 시작으로 조선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 등 500여 권의 저서를 집필한 다산초당으로 이어지는 길은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에 경사도 완만해 가장 인기가 높은 구간이다. 남도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석문공원은 산악 현수형 출렁다리(111m)와 기암절벽이 펼쳐지는 장엄한 풍광으로 유명하다. 강진군청 문화관광과
[여행의 향기] 솔향기 가득한 자드락길, 다산이 즐기던 사색의 길… 봄이 오는 길
작은 섬 줄지어 늘어선 섬노래길

송정솔바람해변~망산정상~미조항~설리해수욕장

경남 남해 미조항은 남해섬 동남쪽 끝자락에 있는 항구로 산과 바다, 16개의 작은 섬들이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명하다. 미륵(彌勒)이 돕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미조항을 거치는 남해 바래길 4코스(9.5㎞)는 ‘섬노래길’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바래길이라는 이름은 남해 아낙들이 갯것을 잡으러 나가는 일을 가리키는 ‘바래간다’는 말에서 따왔다. 해안을 끼고 도는 4코스는 항구를 중심으로 송정솔바람해변, 갖가지 동물 모양을 띤 크고 작은 섬들과 함께 작은 항구 마을 주민의 생동감 넘치는 삶의 현장도 엿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코스의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편안한 도보여행으로 제격이다. 3월이면 발갛게 올라오는 벚나무 꽃봉오리도 볼거리다. 남해바래길 탐방안내센터

산줄기가 병풍 같은 천자봉해오름길

안민휴게소~편백쉼터와 황토길~해병훈련테마 쉼터~드림파크갈림길~천자암~만남의 광장

경남 진해 드림로드는 2010년 진해시가 마산, 창원과 통합되기 전 임업과 산림보호를 위해 설치한 임도(林道) 안민도로를 활용해 만든 걷기 길이다. 전체 4구간 가운데 2코스 천자봉해오름길은 안민도로 휴게소에서 만남의 광장 위 갈림길까지 이르는 10㎞ 구간이다. 복숭아나무와 대나무, 편백나무, 남천, 벚나무 등 다양한 수종에 둘러싸여 산세를 따라 부드럽게 굽어 도는 길은 곳곳에 탈출로가 연결돼 있어 상황에 따라 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길을 걷는 내내 진해 앞바다가 발아래에 펼쳐지고 웅산을 중심으로 천자봉과 장복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져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진해구 수산산림과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