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에 별정통신사업자 추가
자체 요금제로 운영할 수도
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의 사업목적에 별정통신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별정통신사업은 자체 망을 두지 않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일부 회선을 빌려 음성통화 등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알뜰폰(MVNO)이 대표적이다.
네이버가 별정통신사업에 나서는 것은 클로바에 음성통화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스피커를 통한 음성통화와 메시지 송수신 등을 우선 선보이려고 한다”며 “클로바에 음성통화 기능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AI 활용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사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네이버가 통신사업에 진출한 뒤 가장 먼저 선보일 서비스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통한 음성통화 기능이다. 네이버가 별정통신사업자가 되면 AI 스피커에 고유 전화번호를 부여해 일반 전화기처럼 음성통화를 하거나 음성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가령 클로바에 “여기서 가장 가까운 병원을 알려줘”라고 물어본 뒤 곧바로 “전화 연결해줘”라고 명령해 통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클로바가 스피커를 넘어 가전제품, 가구 등에 빌트인 형식으로 장착되면 집안 어디서든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
네이버는 AI 플랫폼 클로바를 장착한 다른 디바이스에서도 음성통화 기능을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달 일반 판매를 시작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플랫폼 어웨이는 현재 이용자가 데이터통신을 하려면 KT의 스마트 디바이스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음성통화 기능은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식이다. 네이버가 별정통신사업을 시작하면 자체 요금제를 내놓고 전화 기능까지 지원할 수 있다.
이달 국내 출시 예정인 네이버의 어린이용 웨어러블 기기 아키 역시 당장은 통신사를 통해 출시하지만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요금제를 개발해 선보일 수도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 계열사 핀플레이가 별정통신사업자로 등록해 카카오키즈폰과 요금제를 결합해 판매 중이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랩스를 통해 ‘기술이 사람을 이해하는 생활환경지능’을 모토로 자율주행 기술과 로봇 등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 중이다. 외부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끊김 없이 제공하기 위해선 데이터통신이 필수적이다. 어웨이와 아키의 사례처럼 매번 통신사와 협력하기보다는 별정통신사업자로 등록해 더 쉽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스피커에 통화 기능을 포함하는 것을 제외하면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클로바 플랫폼을 활용한 다른 기기에도 음성통화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