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이상 임금 동결, 전사 법인카드 사용 중단·구매 품의 보류도
2018년 임단협 교섭 재개…'3천100억 절감' 사측 교섭안 논의 시작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한국지엠(GM)이 존폐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상상 가능한 모든 '비용절감' 방안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모기업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빌린 차입금 만기가 속속 도래하는 데다 다음 달 초 신차 배정도 꼭 받으려면, 한국 사업장의 비용절감 노력을 가시적 성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핵심적 비용절감 방안은 인건비 감축이 포함된 임단협 타결이지만 일단 임금 부문 외에서라도 "남은 한 방울까지 짜보자"는 분위기다.

◇ 올해 지출 예산안 사실상 폐기…간식비까지 통제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GM은 전무급 임원을 35%, 상무와 팀장급 임원을 20%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GM의 팀장급 이상 인원은 약 500명, 임원급은 100여명으로 알려졌으나, 전무·상무·팀장 등 세부 직급별 인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간부급 구조조정 계획은 사측이 노조에 희망퇴직과 임단협을 통한 인건비 절감을 요청하는 가운데, 비노조원인 간부급도 '고통 분담'에 통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한국GM은 이에 앞서 임원을 포함한 현재 팀장급 약 500명에게 일방적으로 '올해 임금 동결' 사실을 통보했다.

이들은 노조원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 조정 과정에 합의나 동의가 필요 없다.

아울러 임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의 법인카드 사용을 이미 막았고, 각 부서에서 통상적으로 올리던 서비스·물품 구매 품의도 모두 보류시켰다.

예를 들어 마케팅 행사 등에 필요한 서비스 계약조차 일단 '올 스톱' 상태다.

이미 지난해 7월께 작성된 올해 지출 예산안은 폐기된 것과 다름이 없다.

거의 모든 항목에서 당초 잡혔던 예상 지출은 '제로(0) 베이스(기준)'에서 다시 검토해 대폭 삭감됐다.

그때그때 필수적인 지출만 취합해 바로 앞달에 다음 달 지출을 최소 편성하는 방식으로 회계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이런 조처들은 지난해 9월 카허 카젬 사장이 취임한 뒤 이어진 비용절감 '자구안'이 강화, 확대된 것이다.

카젬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전사에 지침을 내리고 적자 축소 방안의 하나로 각 부서의 경상비 지출부터 줄이기 시작했다.

경상비에는 커피 등 간식비, 회의비, 활동비, 비품 구매비 등 부서 운영에 들어가는 일상적 지출 항목이 모두 포함된다.

현재 약 3조원에 이르는 한국GM의 채무와 적자 규모를 고려할 때 이런 '마른 수건 짜기'식 비용 절감 효과가 얼마나 클지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한국GM 입장에서는 상징적 의미에서라도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 사측 교섭안, 최소 연 3천100억원 절감…직원 "왜 우리만" 불만도
한국GM은 비용절감의 최후 수단인 인건비 감축안도 이미 노조에 제시했다.

지난 22일 한국GM은 임금동결, 성과급 지급 불가 등을 포함한 올해 임단협 교섭안을 마련해 우선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비공식적으로 노조위원장 등 노조 측에도 교섭안을 보냈다.

다만 노조가 사측에 그대로 교섭안을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내 한국GM 노사는 28일 오전 10시부터 부평공장에서 임단협 3번째 협상을 진행한다.

사측의 교섭안이 처음 거론되겠지만, 한 번의 만남으로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측 교섭안에는 제조경쟁력 개선 방안의 하나로 올해 임금 인상을 동결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정기승급 시행을 유보하는 내용이 담겼다.

향후 임금 인상도 회사 수익성 회복에 따라 결정하되,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분 내에서 정하도록 했다.

2018년 성과급 지급은 올해 중 불가하고, 성과급 지급 기준도 까다롭게 바꿈과 동시에 승진을 유보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비용 관련 대책으로는 단체협약 개정 사항으로 명절 복지포인트 지급 삭제, 통근버스 운행 노선 및 이용료 조정, 학자금 지급 제한(최대 2자녀), 중식 유상 제공 등 복리후생을 대거 축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일단 최근 5년 연속 연간 약 1천만원씩 지급된 성과급만 줄여도, 한국GM으로서는 연간 1천600억원(1천만원×1만6천명)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더구나 현재 비급여성 복지후생 비용이 연 3천억원 정도인데, 교섭안을 노조가 수용할 경우 약 절반인 1천500억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GM 입장에서는 성과급과 복리후생비 조정만으로도 연 3천100억원의 비용을 줄일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폐쇄형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블라인드' 등에는 "왜 우리만 희생해야 하느냐"는 한국GM 직원들의 불만도 속속 터져 나오고 있다.

본사 GM은 물론이고, 외국인 임원을 포함한 100여명의 한국GM 임원진부터 더 많은 책임을 지고 고통 분담에 나서야하는 것 아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