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비용절감 가능해도 만능은 아냐”

28일 '한경 블록체인 세미나' 개최

김항진 데일리인텔리전스 블록체인본부 이사는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한경 블록체인 세미나'에서 '블록체인 기술적용과 비전(인증·계약·지불)'을 주제로 발표했다. 데일리인텔리전스는 세계 20위권 암호화폐 아이콘(ICON)을 개발한 기업이다.

김 이사는 기업들이 블록체인 도입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중한 고려 없이 사업 영역에 블록체인을 도입할 경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블록체인은 만능이 아니고 장단점이 있다. 기존 중앙화 시스템 역시 장점이 많다”며 “중앙화 시스템의 문제를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되는 부분만 블록체인으로 옮기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노초(10억분의 1초)를 따질 정도로 빠른 처리속도가 필요하다면 블록체인은 적합치 않다. 블록체인은 합의 프로세스가 있기에 레이턴시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보를 담은 블록과 블록 사이에 검증 절차를 거치는 만큼 처리 속도는 중앙화 시스템에 비해 지연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미다. 또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삭제할 수 없는 만큼 큰 데이터를 저장할 경우 관리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은 용량이 적은 정보 운용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의 적합한 활용처로 ▲개인정보 인증 ▲계약 ▲지불결제가 꼽혔다. 김 이사는 증권업계와 협력해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 공동인증 서비스 ‘체인 ID’를 소개하며 “블록체인은 제3자가 없는 금융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협업한 위비코인 개발 사례, 서강대학교·고려대학교에 독자적으로 구축한 지불결제시스템 사례도 제시됐다.

블록체인을 적절하게 도입하면 큰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김 이사의 견해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16년 기준으로 KB국민은행과 비트코인의 운영비용을 비교했더니 KB국민은행은 약 5조8000억원, 비트코인은 약 7조2000억원으로 계산됐다”며 “미국 내 상업은행은 4800여곳에 달한다. 블록체인을 적합한 용도로 활용한다면 이러한 운영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마지막으로 발표한 이베스트증권 송치호 애널리스트는 ‘블록체인 산업투자 가이드’를 주제로 암호화폐의 특징에 대해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송 애널리스트는 “화폐 개념으로 접근하는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하나 뿐”이라고 강조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화폐라는 표현 때문에 암호화폐를 법정통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트코인 외의 암호화폐는 이에 해당하지 않으며 비트코인 역시 가치저장성에만 가능성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과 가치 실제 통화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역할을 가지는 것이 비트코인의 목적이라는 것.

송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가치저장성을 가질 가능성도 50%”라며 “암호화폐가 화폐냐 아니냐의 논쟁은 의미가 없다”고 당부했다. 이어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데 암호화폐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면 혁신의 대상인 퍼블릭 블록체인의 발전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할 경우 블록체인 기술이 가파르게 발전할 수 없다”며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한해 더딘 속도의 기술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해선 “큰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가치가 폭락해도 어쩔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레딧, 스테이트오브디앱스 등의 관련 웹사이트를 통해 관심있는 암호화폐를 공들여 공부한 뒤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는 전체 자산의 10% 미만에 국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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