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의선 육로로 귀환 >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왼쪽)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7일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고 있다. 뒷줄 가운데는 배웅 나간 천해성 통일부 차관.  /사진공동취재단
< 경의선 육로로 귀환 >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왼쪽)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7일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고 있다. 뒷줄 가운데는 배웅 나간 천해성 통일부 차관.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7일 2박3일간의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환했다. 김영철은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 이후 숙소인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은 채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주요 통일·안보라인 인사를 만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에 ‘비핵화 로드맵’을 제안한 것과 관련, “북·미 대화를 위한 조건에 대해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 대표단, 일정 마치고 돌아가

김영철 일행은 이날 오전 11시55분께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 5분 후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향했다. 지난 25일 방문 당시엔 자유한국당의 밤샘 농성으로 통일대교를 건너지 못하고 우회했던 이들 일행은 이날 ‘통일대교 역주행’ 해프닝을 벌였다. 경찰은 하행선만 갈 수 있는 2차로 도로를 통제하고, 북한 대표단이 2차로를 역주행해서 갈 수 있도록 했다. 시위에 참가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들어올 땐 개구멍으로 들어오더니, 나갈 땐 역주행해서 나갔다”고 비난했다.

김영철은 CIQ에서 방문 성과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CIQ를 통과할 땐 흡족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인사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이들을 배웅했다.

‘천안함 폭침의 배후인물’이란 비난 속에 방문한 김영철은 지난 25일 강원 평창에서 문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났고, 조 장관을 비롯한 통일부 당국자들과 만찬을 했다. 지난 26일엔 정 실장과 오찬을 함께했으며, 서 원장과도 개별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남북 군사회담을 비롯한 남북 간 과제에 대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27일 조 장관과 북측 대표단과의 공동 조찬 후 “남과 북은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靑 “한국은 중매서는 입장”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남북 접촉 결과와 관련, “김 부위원장과 합의를 했다든지 뭔가 안을 만들어 북쪽이나 미국 쪽에 전달한다든지 할 상황은 아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북·미 대화를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 북·미 대화를 위해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인지 등의 대화가 오갔다”며 “우리는 중매를 서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북·미 양측 의견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북쪽에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고 북측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아는 미국 입장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는 비핵화를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한다’고 얘기했을 것”이라며 “북쪽은 여기서 그렇다 아니다 얘기할 상황이 아니니 올라가 얘기할 것이고 입장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생각, 우리의 생각 이런 것을 상당히 솔직히 교환하고 상호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다”며 “북한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은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향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이뤄진 북측과의 대화 결과를 미국에 설명할 계획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 대표단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종합해 분석이 이뤄지면 동맹국인 미국 쪽에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동취재단/이미아/조미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