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 천연조미료 등 '공유주방' 콘셉트 가공식품 생산계획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병아리 10마리 키워 30년 만에 대기업 반열 하림그룹이 전북 익산에 푸드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신을 본격화 한다.
하림그룹은 27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 다송리 익산 제4산업단지에서 '하림푸드 콤플렉스'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건립을 시작한다고 27일 밝혔다.
4년여간의 사전 준비단계를 거쳐 착공한 하림푸드 콤플렉스는 4000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내년 말 완공해 가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12만709㎡(약 3만6500평) 부지에 식품 가공공장 3개와 물류센터 등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하림은 이곳에서 가정간편식(HMR)과 천연 베이스 소스, 천연 조미료, 즉석밥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존 축산육류 전문그룹에서 종합식품서비스 그룹으로 확장해나가는 전초기지로 만든다는 게 하림그룹의 복안이다.
하림은 식사의 모든 단계를 커버할 수 있는 '공유주방(Sharing Kitchen)'을 이번 푸드 복합단지의 콘셉트로 잡아 제품 개발과 유통부터 차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1∼2인 가구와 여성 경제활동인구 증가,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으로 간편식 수요가 급증하는 트렌드에 맞춰 일반 가정의 부엌에서 만든 것처럼 신선하고 안전한 음식을 편리하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부엌이 누구나 들여다보고 요리를 체험하는 공간인 점을 반영해 이곳에도 제조의 전 공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견학라인을 설치하고 직접 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쿠킹클래스도 운영한다.
이번 복합단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700여개의 직접 일자리 창출과 함께 협력업체 및 식품소재 분야의 대규모 고용 유발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하림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인근 익산시 망성면에 1700억원을 투자해 증축 중인 국내 최대 첨단 도계 가공시설과 식품가공 플랜트 등에 최소 6000억원을 투입해 15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합식품회사로의 도약은 김홍국 회장의 꿈이었다.
1957년 전라북도 익산 출생인 김 회장은 1986년 사육과 도계 가공 및 판매를 연결하는 초기단계의 닭고기 계열화 사업을 하는 하림을 창업했다. 선대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지 않고 외할머니로부터 선물받은 병아리 10마리로 출발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5년에는 자산 4조4000억원의 해운기업 '팬오션'을 인수해 축산, 육가공, 사료부터 곡물 유통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팬오션 인수로 하림은 창업 30년 만에 총 자산이 10조원 이상인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1차 산업인 농업으로 출발해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한 곳은 하림이 유일하다.
하림은 2016년 인수한 양재동 파이시티를 첨단 도심형 물류단지로 개발해 익산 푸드복합단지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김홍국 회장은 "하림의 '공유주방'은 곡물부터 사육, 가공, 유통 등 식품의 가치사슬 전 과정을 철저히 관리해 자연의 신선함을 그대로 식탁에 올리겠다는 식품철학이 녹아있다"면서 "더욱 신선하고 안전하며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는 식품을 공유주방에서 만들어 소비자들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