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박재동 화백. / 사진=한경 DB
지난 26일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박재동 화백. / 사진=한경 DB
이번에는 시사만화의 거장 박재동 화백(사진)이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화계 후배인 웹툰 작가 이태경씨가 ‘미투(나도 피해자)’ 폭로에 동참하면서다.

전날(26일) SBS 8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1년 결혼을 앞두고 주례를 부탁하려고 박 화백을 만났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이씨는 “반갑다면서 허벅지를 쓰다듬는데, 손이 한 중간 정도까지 치마 아래로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박 화백이 성희롱도 했다고 이씨는 밝혔다. 이씨에게 “두 사람 모두랑 성행위(threesome: 세 명이 함께하는 성행위)를 해봤니”라고 묻는가 하면 턱을 쓰다듬으며 “나는 처음 봤을 때부터 네가 맛있게 생겼다고 생각했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내가 주례해주면 너는 어떻게 해줄 건데. 나랑 호텔에서 춤 한 번 춰줄 수 있겠냐”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결혼을 앞두고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에 즉각 문제제기 하지 못한 이씨는 2016년 자신이 삽화가로 참여한 한국만화가협회 공정 노동행위 및 성폭력 사례집에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박 화백은 이씨에게 전화해 제보 여부를 묻고 자신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2차 가해’도 저질렀다.

박 화백은 이날 SBS와의 통화에서도 “기억이 없고 성희롱할 생각도 없었다. 우리가 그때 친하게 지내고 격의 없이 이야기했기 때문에 무엇을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고만 했다.

박 화백은 고교 미술교사를 하다가 1988년 창간 때부터 8년간 한겨레신문 시사만화를 그려 이름을 알렸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역사회 교육공동체가 운영주체로 참여하는 경기도 꿈의학교 운영위원장을 지냈으며 다음달 정식 개교하는 서울 오디세이학교 명예교장으로도 위촉됐다. 오디세이학교는 고1 시기에 입시 부담을 덜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는 자유학년제 모델의 위탁형 대안학교다. 박 화백은 이 학교에 진학하는 청소년들의 멘토 역할을 하기로 돼 있어 도덕성 논란이 예상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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