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의 역사적인 단일팀 첫골, IIHF 명예의 전당 입성
"짧은 기간이나마 한국 대표팀 코치한다면 엄청난 영광일 것"
'단일팀 첫골' 그리핀 "명예의 전당 꼭 가봐야죠"
랜디 희수 그리핀(30)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남긴 선수와 인터뷰해서 영광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24일 강원도 강릉 올림픽 파크 내 코리아 하우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응한 그리핀은 "말도 안 되는 형편없는 골이었는데, 그 퍽이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니 약간은 재미있다"고 웃었다.

그리핀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역사적인 첫 골을 넣은 주인공이다.

지난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별리그 B조 3차전 일본전에서 0-2로 뒤진 2피리어드 9분 31초에 골을 터트렸다.

형편없는 골이라는 그리핀의 말처럼 사실 멋진 골은 아니었다.

스틱에 빗맞은 퍽이 이리저리 튀기다가 일본 골리 가랑이 사이를 통과해 득점으로 이어졌다.

그리핀도 처음에는 골인 줄 몰랐다.

자신에게 달려와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는 동료들을 보고서야 퍽이 골네트 안으로 들어간 것을 알아챘다.

그리핀이 또 하나 놀란 것은 단일팀의 첫 골을 장식한 그 퍽이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명예의 전당에 입성해 영구적으로 전시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리핀은 "이제는 그 골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게 됐다.

언제가 됐든 명예의 전당에 꼭 가서 볼 것"이라며 "15살 때 아이스하키 캠프 참가차 토론토에 갔다가 명예의 전당에 들른 적이 있는데, 또 한 번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웃었다.
'단일팀 첫골' 그리핀 "명예의 전당 꼭 가봐야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난 그리핀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를 둔 한국계 혼혈 선수다.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듀크대 생물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을 밟고 있다.

동생인 켈리는 브라운대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그리핀에게는 아이스하키가 가장 특별했다.

그리핀은 2015년 태극마크를 제안받자 안정된 미래를 잠시 뒤로 하고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는 "지금까지 선수 인생에서 이번 올림픽 경험은 단연 최고"라며 "어떤 것도 비교하기 어렵다.

대학 선수 시절도 재미있었지만, 올림픽에서 뛰는 것만큼 특별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4월 중순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B(3부리그)에 출격한다.

지난해 4부리그에서 전승 우승을 거둬 3부리그 승격을 이뤄낸 한국은 이번에는 2부리그 승격에 도전한다.

그리핀은 "그 대회가 끝나고 2주 뒤에는 논문 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아직 논문이 많이 남아서 세계선수권이 끝나면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단일팀 첫골' 그리핀 "명예의 전당 꼭 가봐야죠"
그리핀은 하버드대 4학년이던 2009-2010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 경력이 끊겼으나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다시 스틱을 잡았다.

그 사이 그는 유소년들을 가르쳤다.

그리핀은 "유소년을 가르치는 걸 가장 좋아한다"며 "만약 선수를 그만두면 다시 코치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전공을 살려 직업을 가질 예정이라 풀타임 코치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그래도 욕심나는 것이 하나 있다.

그는 "만약 기회가 생겨서 짧은 기간이나마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코치를 맡을 수 있다면 엄청난 영광일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