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정장서 브라질펀드 나홀로 '삼바춤'
브라질펀드가 올 들어 10% 이상의 수익률을 내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달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이 ‘난기류’에 빠져 출렁이는 가운데 이룬 성과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브라질 경제의 기둥인 철광석과 원유 가격이 오름세를 탄 데다 정부가 기업 과세 완화 방침 등을 밝히면서 증시에 자금이 몰린 게 높은 수익률을 올린 주요인으로 꼽힌다. 브라질증시를 대표하는 보베스파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외펀드 평균 수익률의 네 배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펀드의 올해 수익률(22일 기준)은 13.63%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3.17%)보다 네 배 이상 높다. 브라질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중남미펀드 수익률도 8.75%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브라질증시는 얼마 전 나타난 글로벌증시 조정 과정에서 하락세를 탔다.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4.72% 내렸다. 하지만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먼저 반등에 성공했다. 보베스파지수는 14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 기록(86,686.45)을 갈아치웠다. 최근 1개월간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3.08% 손실이 발생할 때 브라질펀드 수익률은 5.30%에 달했다.

브라질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올린 데엔 브라질 경제 전반의 회복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브라질 경제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3.50%와 3.46% 뒷걸음질쳤다. 이에 따라 브라질펀드의 최근 5년간 수익률은 마이너스(-13.12%)에 머물렀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김은기 삼성증권 WM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플러스로 전환했고 올해는 2.7~2.8%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경제는 최근 1년간 철광석 가격이 120% 이상 오르고, 같은 기간 원유값도 15% 상승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김혜미 K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브라질산 철강이 중국에서 대량으로 팔려나가면서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해지고 있다”며 “내수 경기도 함께 살아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10월 대통령 선거가 변수

브라질경제가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변수는 남아있다. 오는 10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대통령이 된 미셰우 테메르의 인기가 저조해 대선 정국이 혼란스럽다. 김혜미 펀드매니저는 “테메르 대통령 지지도가 한 자릿수에 그치자 연예인부터 군장성까지 대선 출마를 거론할 정도”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나라살림을 건전화하겠다며 추진한 연금개혁안이 무산 위기에 빠진 것도 브라질 경제에 위협 요인이다. 브라질 정부가 중남미 최대 국영전력회사인 엘레트로브라스 민영화와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장세 축소 등의 방안을 발표한 것도 연금개혁 실패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연금개혁이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면 브라질 헤알화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 펀드수익률도 악화된다. 브라질펀드는 원화를 달러화로 바꾼 뒤 달러를 다시 헤알화로 환전해 주식을 산다. 원화를 달러로 바꿀 땐 헤지를 하지만 달러를 헤알화로 바꿀 땐 헤지하지 않기 때문에 환위험에 노출된다. 환율은 지난달 25일 달러당 3.1300헤알에서 이달 22일 3.2560헤알로 올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경제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환율 향방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며 “적정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하면 수시로 환매해가면서 대응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