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2027년 혈액부족 사태… 병원 가도 살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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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연표
가와이 마사시 지음 / 최미숙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44쪽│1만5000원
일본 인구정책 전문가의 예측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초래할
100여년 간의 미래상 보여줘
충격적 주장 뒤엔 데이터 빼곡
2027년 수혈용 혈액 수요 절정
86만명분 부족하다는 결론 나와
2039년엔 사망자 늘어 묘지 모자라
인구 절벽을 개인의 일상과 연결
공동체 대응·협력 더욱 중요해져
가와이 마사시 지음 / 최미숙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44쪽│1만5000원
일본 인구정책 전문가의 예측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초래할
100여년 간의 미래상 보여줘
충격적 주장 뒤엔 데이터 빼곡
2027년 수혈용 혈액 수요 절정
86만명분 부족하다는 결론 나와
2039년엔 사망자 늘어 묘지 모자라
인구 절벽을 개인의 일상과 연결
공동체 대응·협력 더욱 중요해져
웬만한 영화보다 더 극적인 재미를 주는 평창동계올림픽도 폐막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곧 끝날 올림픽의 재미를 대체할 읽을거리를 찾다가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인구·사회보장정책 전문가인 가와이 마사시가 쓴 《미래 연표》다. 책 제목이 뭔가 직관적이지 않다. 이 어색함은 ‘미래’와 ‘연표’라는 단어의 의미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인데, 역사적인 일이나 사건을 정리한다는 개념인 연표라니.
책표지가 살짝(?) 촌스럽다. ‘고딕체’ 글꼴 가득한 표지에 색감도 ‘그레이’톤. 이 단단한 고딕스러움은 책을 펼치자마자 묵직한 팩트(사실)의 폭격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2017년부터 앞으로 약 100년간 벌어질 일을 연대순으로 살핀다. 1부에선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미래상을 ‘인구 감소 캘린더’로 보여주고, 2부에선 대책을 ‘10가지 처방전’으로 제시했다.
‘인구 감소 캘린더’는 어느 정도 식상하게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할머니 대국이 되다’나 ‘2018년 국립대학이 도산위기에 처한다’ 등이다.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감소가 파생시키는 결과로 충분히 예상돼 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전은 2021년부터다. ‘다 아는 내용이네, 그래서 뭐?’에서 ‘어라. 장난 아닌데?’로 바뀌기 시작한 대목이 이 시점부터다.
저자는 2021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간병 이직’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2021년에는 단카이 주니어(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선두가 50세가 된다. 그들의 부모는 정부 지원으로 요양서비스를 받는 연령대로 접어든다. 문제는 고령자 수 급증으로 요양보험료가 크게 증가하는 시기(50% 이상 증가)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고령자들은 50대 자녀들의 돌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기 일을 하면서 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사람이 급증하는 첫해가 2021년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부모 간병의 부담을 떠안는 50대들은 업무 시간이 짧거나 강도가 낮은 직종으로 이직하고, 일부는 아예 은퇴를 할 수밖에 없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노동인구 감소가 겹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더 심각한 일상적 문제는 ‘2027년 수혈용 혈액’의 부족 사태다. 도쿄도의 수혈상황 조사(2012년)에 따르면 수혈용 혈액제제의 85%는 50세 이상 환자에게 사용된다. 혈액 공급의 절대다수는 10~30대의 헌혈이었다. 수혈용 혈액의 80%는 암과 심장병, 백혈병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일본적십자사와 도쿄도 추계에 따르면 고령화 등으로 인해 수혈용 혈액의 필요량이 가장 커지는 해가 2027년이다. 그때가 되면 약 86만 명분의 혈액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병원에 가면 살 수 있다’는 상식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2039년에는 사망자 수가 절정에 이르러 묘지 부족과 화장장 문제가 대두되고, 2040년에는 지방자치단체 절반이 소멸 위기에 처한다. 고령화와 인구절벽(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 현상) 문제가 일상적인 개인의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다. 가장 궁금해할 부동산 문제는 ‘2033년’에 나와 있다. 결론은 ‘우울’하다.
책은 두껍지 않지만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불편한 미래’를 무겁게 다룬다. 저자의 개인적인 주장을 넘어 거부할 수 없는 ‘데이터의 폭격’이 이뤄진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 한국보고서는 한국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1996년 이후 일본과 거의 똑같이 진행되고 있다고 기록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가 한국의 인구절벽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하지만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의 주장처럼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는 일상적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이슈였고, 언제나 늘 ‘국가의 관점’에서 거시적 차원으로 다뤄져 왔다.
이 책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고령화 문제와 이로 인해 파생되는 결과를 ‘개인적 일상’의 문제로 끌어와 설명한다. 인구절벽과 고령화 문제는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이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책에서 언급되지 않은 두 가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 가지는 심각한 국가적 문제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문제’와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올림픽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응원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올림픽의 흥행은 국가의 금메달 성적 외에도 공감할 수 있는 ‘개인의 스토리’에 좌우된다. 이처럼 지금 당면하고 있는 인구절벽, 고령화 문제도 ‘개인에게 어떤 문제로 인식시켜야 하는가’로 고민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모든 것이 ‘개인화’되고 ‘경쟁’이 필연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구문제는 ‘공동체의 대응’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반전의 결론이다. 후속세대가 존재하지 않으면 현세대의 미래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덕환 < 마크로밀엠브레인 이사 《2018 대한민국트렌드》 대표저자 >
책표지가 살짝(?) 촌스럽다. ‘고딕체’ 글꼴 가득한 표지에 색감도 ‘그레이’톤. 이 단단한 고딕스러움은 책을 펼치자마자 묵직한 팩트(사실)의 폭격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2017년부터 앞으로 약 100년간 벌어질 일을 연대순으로 살핀다. 1부에선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미래상을 ‘인구 감소 캘린더’로 보여주고, 2부에선 대책을 ‘10가지 처방전’으로 제시했다.
‘인구 감소 캘린더’는 어느 정도 식상하게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할머니 대국이 되다’나 ‘2018년 국립대학이 도산위기에 처한다’ 등이다.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감소가 파생시키는 결과로 충분히 예상돼 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전은 2021년부터다. ‘다 아는 내용이네, 그래서 뭐?’에서 ‘어라. 장난 아닌데?’로 바뀌기 시작한 대목이 이 시점부터다.
저자는 2021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간병 이직’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2021년에는 단카이 주니어(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선두가 50세가 된다. 그들의 부모는 정부 지원으로 요양서비스를 받는 연령대로 접어든다. 문제는 고령자 수 급증으로 요양보험료가 크게 증가하는 시기(50% 이상 증가)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고령자들은 50대 자녀들의 돌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기 일을 하면서 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사람이 급증하는 첫해가 2021년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부모 간병의 부담을 떠안는 50대들은 업무 시간이 짧거나 강도가 낮은 직종으로 이직하고, 일부는 아예 은퇴를 할 수밖에 없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노동인구 감소가 겹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더 심각한 일상적 문제는 ‘2027년 수혈용 혈액’의 부족 사태다. 도쿄도의 수혈상황 조사(2012년)에 따르면 수혈용 혈액제제의 85%는 50세 이상 환자에게 사용된다. 혈액 공급의 절대다수는 10~30대의 헌혈이었다. 수혈용 혈액의 80%는 암과 심장병, 백혈병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일본적십자사와 도쿄도 추계에 따르면 고령화 등으로 인해 수혈용 혈액의 필요량이 가장 커지는 해가 2027년이다. 그때가 되면 약 86만 명분의 혈액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병원에 가면 살 수 있다’는 상식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2039년에는 사망자 수가 절정에 이르러 묘지 부족과 화장장 문제가 대두되고, 2040년에는 지방자치단체 절반이 소멸 위기에 처한다. 고령화와 인구절벽(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 현상) 문제가 일상적인 개인의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다. 가장 궁금해할 부동산 문제는 ‘2033년’에 나와 있다. 결론은 ‘우울’하다.
책은 두껍지 않지만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불편한 미래’를 무겁게 다룬다. 저자의 개인적인 주장을 넘어 거부할 수 없는 ‘데이터의 폭격’이 이뤄진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 한국보고서는 한국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1996년 이후 일본과 거의 똑같이 진행되고 있다고 기록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가 한국의 인구절벽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하지만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의 주장처럼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는 일상적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이슈였고, 언제나 늘 ‘국가의 관점’에서 거시적 차원으로 다뤄져 왔다.
이 책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고령화 문제와 이로 인해 파생되는 결과를 ‘개인적 일상’의 문제로 끌어와 설명한다. 인구절벽과 고령화 문제는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이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책에서 언급되지 않은 두 가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 가지는 심각한 국가적 문제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문제’와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올림픽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응원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올림픽의 흥행은 국가의 금메달 성적 외에도 공감할 수 있는 ‘개인의 스토리’에 좌우된다. 이처럼 지금 당면하고 있는 인구절벽, 고령화 문제도 ‘개인에게 어떤 문제로 인식시켜야 하는가’로 고민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모든 것이 ‘개인화’되고 ‘경쟁’이 필연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구문제는 ‘공동체의 대응’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반전의 결론이다. 후속세대가 존재하지 않으면 현세대의 미래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덕환 < 마크로밀엠브레인 이사 《2018 대한민국트렌드》 대표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