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시가총액(10개 상장 계열사 시총 합계)이 올 들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감소율이 재계 20위권 그룹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올해 그룹 차원에서 본격화하고 있는 계열사 매각, 합병 등 사업 재편에 대한 시장 평가를 가늠할 수 있는 흐름이어서 주목된다.

◆그룹 시총 올 들어 5% 감소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 CJ그룹 계열 상장사 열 곳의 시총(21일 종가 기준)은 총 21조8558억원으로 지난해 말(23조502억원)보다 5.46% 줄었다. 작년 말 103조3827억원이던 시총이 97조1536억원으로 6.02% 줄어든 LG(16개 계열사)에 이어 감소율 2위였다. LG그룹에서는 생활용품과 음료 부문의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LG생활건강(시총 감소율 -8.49%), 전기차 배터리 사업 기대로 지난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LG화학(-7.53%) 등이 조정받으면서 시총이 감소했다.

CJ그룹 계열사별로는 CJ E&M 시총이 3조7841억원에서 3조3619억원으로 11.16% 줄어들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CJ오쇼핑(-9.78%) (주)CJ(-9.09%) 등의 순이었다. 작년 말보다 시총이 늘어난 계열사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CJ헬로(26.62%)와 CJ E&M에서 떨어져나온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17.23%) 두 곳뿐이다.
CJ E&M-오쇼핑 합병·헬스케어 매각… 사업재편 한창인 CJ그룹, 시장 반응은 '글쎄'
◆“실적은 좋은데 고평가돼”

CJ그룹 주요 계열사의 실적 전망은 나쁘지 않다. ‘맏형’인 CJ제일제당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49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CJ대한통운(예상 증가율 13.9%) CJ E&M(18.0%) CJ CGV(71.6%) 등이 뒤를 이을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그런데도 이달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조정장에서 CJ그룹주의 시총 감소폭이 유독 큰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다.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았는데도 상당수 CJ그룹주의 밸류에이션은 업종 평균보다 높다.

CJ대한통운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28.62배로 유가증권시장 운수창고 업종 평균(10.84배)의 2.6배에 달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조정장은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나쁘지 않은 가운데 작년 말부터 증시가 너무 빨리 올라 이뤄진 속도 조정의 성격이 있다”며 “이런 흐름에선 고평가된 종목의 조정폭이 더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미래 성장성

전문가들은 CJ에 뚜렷한 미래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더 근본적인 요인으로 지목했다. CJ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영상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하는 CJ CGV와 CJ E&M은 동영상 스트리밍업계 ‘공룡’ 넷플릭스의 등장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고, CJ프레시웨이는 내수시장 위축과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며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만한 계열사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 재편이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최근 이뤄진 CJ오쇼핑과 CJ E&M 간 합병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는 박한 편이다.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을 결의한 지난달 17일부터 글로벌 증시 조정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말까지 두 회사 주가는 각각 7.75%와 11.88% 하락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꾸준히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CJ오쇼핑이 벌어들이는 돈으로 사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CJ E&M을 지원하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CJ헬스케어 매각으로 1조3000억원을 확보한 CJ제일제당이 이 돈으로 어떤 사업을 벌일지가 구체화돼야 주가가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