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GM 유상증자로 산은 비토권 상실됐다가 이후 회복

제너럴모터스(GM)의 출자전환 약속이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비토권을 볼모로 사실상 유상증자 참여를 강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출자전환으로 산업은행의 지분율이 떨어지면 한국GM의 주요 결정사항에 대한 산업은행의 비토권이 상실된다.

차입금의 공장 담보 제공 요청과 관련해서는 과거에도 같은 사안으로 GM과 산업은행 간 갈등을 빚은 바가 있어 이번에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GM은 최근 정부 부처와 국회를 방문해 한국GM의 본사 채무 27억 달러를 출자전환하고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본사 차입금 5억8천만 달러에 대해서는 한국GM의 공장을 담보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GM이 어려움에 빠진 이유 중 하나로 GM본사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이 꼽힌다.

한국GM이 2013∼2016년까지 4년간 GM 관계사로부터 다양한 대여금을 받고 이자로 4천620억 원을 지급했다.

이자율이 연 5%에 달해 국내 완성차 업체가 내는 이자율(1∼2%대)보다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GM이 한국GM에 빌려준 돈을 출자로 전환하면 한국GM은 더는 이자를 낼 필요가 없어진다.
GM 출자전환, 2대주주 산업은행 비토권 박탈 '꼼수' 지적
하지만 여기엔 '꼼수'가 숨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산업은행의 지분이 희석돼 소수 주주로서 비토권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GM과 산업은행은 협상을 통해 회사 정관상 주총 특별결의사항에 대해서는 보통주 85%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도록 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지분을 17% 가지고 있어 특별결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GM의 출자전환에 대한 증자로 산업은행의 지분율이 떨어지면 덩달아 이 비토권도 없어진다.

결국 GM이 출자전환을 하면서 산업은행에 보유 지분만큼 증자에 참여하라고 하는 것은 결국 비토권을 볼모로 증자 참여를 강요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2009년 10월에도 벌어진 바 있다.

당시 GM대우(현 한국GM)가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자 GM은 4천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 산업은행의 지분율이 기존 28%에서 17%로 떨어졌다.

당시 주총 비토권의 요건은 보통주 75% 이상 찬성이었다.

산업은행은 GM의 일방적인 유상증자로 주주권이 침해됐다며 법적 분쟁까지 벌인 끝에 2010년 12월 현재와 같이 보통주 85% 이상 찬성으로 요건을 완화해 소수 주주권을 회복했다.

공장 담보 제공 요청도 2015∼2016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산업은행은 공장을 담보로 제공할 경우 유사시 공장 처분에 대한 결정권이 GM으로 이전되는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

이후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 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것으로 양측이 합의했다.

산업은행은 실사를 통해 한국GM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여러 차례 한국GM의 경영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경영진단컨설팅, 주주 감사 등을 요구했으나 한국GM의 비협조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동걸 회장이 직접 한국GM에 요청사항을 전달하며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요청사항은 흑자전환 등 경영개선 대책,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개선조치, 차입금 금리 인하 등 수지개선 조치, 장기경영계획 제출, 소수 주주권 강화 등 8가지를 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