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미니 메르켈(작은 메르켈)’이라는 애칭이 붙은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자를란트주(州) 총리를 집권 기독민주당 신임 사무총장에 지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크람프-카렌바우어가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메르켈 총리 역시 2000년 기민당 대표에 오르기 전에 당 사무총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당내 우파로부터 정치적인 유산을 지키고, 대연정 타결 지연으로 빚어진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도파인 크람프-카렌바우어를 발탁했다고 FT는 분석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힌 페터 타우버의 후임으로 26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다.

크람프-카렌바우어는 당내 우파와 좌파 양쪽에서 두루 지지를 받고 있다. 좌파 진영에선 그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자 권리 향상을 지지한 것에, 우파 쪽에선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고 동성혼을 반대한 점에 점수를 주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가톨릭 신자인 크람프-카렌바우어가 개신교인 메르켈 총리에게 소외감을 느끼던 독일 서남부 지역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 옆에 나란히 선 크람프-카렌바우어는 “기민당 재건 과정에 (좌파와 우파) 모두를 포함시킬 것”이라며 “기민당은 중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55세인 크람프-카렌바우어는 2011년부터 자를란트주 총리를 맡고 있다. 그가 정치행보를 활발히 하면서 광산 기술자이던 남편이 가사를 맡고 있다. 그는 지역의 광산 폐쇄와 주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화합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9월 총선 때 자를란트 지역에서 기민당이 40.7%의 득표율로 사회민주당을 압도하면서 ‘떠오르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연방 정치의 출발점인 당 사무총장직을 맡으며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하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크람프-카렌바우어에 대해 메르켈 총리가 가장 선호하는 후계자라고 보도했다. 이 밖에 안드레아 날레스 사민당 차기 대표(47), 율리아 클뢰크너 라인란트팔츠주 기민당 대표(45), 사민당 소속 마누엘라 슈베지히(43) 등 여성 정치인들이 63세인 메르켈 총리를 이을 ‘미래 권력’ 후보로 꼽혔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