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대 자살 사망률은 모든 연령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세번째로 높은 사망원인은 암이었다. 김진리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20대는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여러 데이터를 분석하면 '젊음=건강'이라는 공식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처럼 최근 20대들은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몸은 물론 마음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장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20대 환자가 많다. 암으로 사망한 20대는 백혈병, 뇌암, 위암 등을 많이 앓았다.
위암은 다양한 원인으로 생길 수 있는데 20대는 환경 요인 때문에 위암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학업이나 취업 준비 때문에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 혼밥 등으로 급히 끼니를 떼우는 일이 많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면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다. 신선하지 못한 음식을 먹거나 염분, 질산염이 많이 함유된 음식(포장된 육류제품, 훈제육 등)을 섭취하면서 위암 위험도 높아진다.
식습관이 잘못되면 다른 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2016년 20대 위·식도 역류질환자는 34만3736명으로 2012년보다 20.6% 늘었다. 10대(11.8%), 30대(8.3%), 40대(16.0%) 증가율과 비교하면 환자가 크게 증가했다.
장염도 비슷하다. 2016년 20대 장염 환자는 65만6303명으로 2012년보다 28.4% 증가했다. 10대(9.6%), 30대(23.7%), 40대(25.6%) 증가율보다 높았다.
20대의 정신 건강도 위험 수준이다. 국내 2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이들이 각종 정신건강 문제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자살 외에 20대 정신질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 기준 주요 우울장애로 병원을 방문한 20~24세 환자는 2만7642명이다. 2011년보다 24% 증가했다. 주요 우울장애는 자살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20대라고 건강을 자신하지 말고 건강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20대는 다른 연령에 비해 아침식사 결식률이 높다. 하루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챙겨야 한다. 식사시간은 최소 15분 이상으로 넉넉히 유지해야 한다.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고 필수 영양소가 골고루 든 음식을 다양하게 선택해야 한다.
우울증과 불면증 등 정신질환 증상이 있다면 숨기려 하지 말고 주위에 알려 도움을 청해야 한다. 생활 습관이 불규칙하면 호르몬 균형이 무너져 감정변화가 커진다. 이를 조절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생활 습관은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수면유도제 등에 의존해 불면증 치료 시기를 놓치면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불면증이 계속되면 의료기관을 찾아 원인을 찾아야 한다. 김 과장은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병을 사전에 발견해 조기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20대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이를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20대가 건강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