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이 고향인 대학생 심하연 씨(25)는 14일 오후 7시 KTX를 타고 고향집으로 내려갔다. 예년 같았으면 큰집이 있는 서울에 온 친척이 모여 차례를 지내겠지만, 올해는 이를 생략하고 강릉에서 올림픽을 즐기기로 했다. 그는 “고향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 내려간 김에 분위기를 즐기다 오겠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본격적인 귀성이 시작된 이날 평창 강릉 등 강원 지역으로 가는 귀성객들은 올림픽과 고향 방문이라는 ‘겹행사’를 맞이해 설레하고 있다. 마케팅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 위경주 씨(28)는 고향 강릉에 내려간 김에 동계올림픽 마케팅 현장을 공부해볼 계획이다. 위씨는 “맥도날드나 코카콜라 등 국내외 스폰서 활동과 자원봉사자 활용 방안을 직접 눈으로 볼 좋은 기회”라며 “설 연휴에는 캐나다와의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고 가족들과 평창 인근 리조트에 묵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군부대가 많은 강원 지역의 특성상 군 장병들이 외박을 나와 동계올림픽을 즐기기도 한다. 평창 인근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상병 황모씨(22)는 설 당일 휴가를 못나가는 대신 17일 1박2일 외박을 쓴다. 가족들과 함께 평창에 숙소를 잡고 올림픽을 즐기기 위해서다. 명절에 따로 차례를 지내지 않는 황씨 가족은 펜션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TV로 한국팀 경기를 볼 계획이다. 황씨는 “10만원 안팎이던 숙박비가 20만원대로 올랐지만 한 번밖에 없는 기회라 충분히 즐길 생각”이라고 했다.

올림픽과 설 연휴가 겹치며 교통 체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강릉시는 평일 기준 10만 대 수준인 하루평균 교통량이 설 연휴에는 19만5000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평창 강릉 정선 등에선 설 연휴 기간(15~18일)에도 차량 2부제를 해 귀성·귀경객의 불편이 예상된다.

강릉이 고향인 직장인 서상원 씨(33)가 여기에 해당한다. 14일 귀성길에 오른 서씨의 차 번호는 홀수라 2부제에 걸리지만 그는 과태료 5만원을 내고 직접 운전해 가기로 했다. “고향집은 강릉에서도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산골이라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