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호혜세(reciprocal tax)를 들고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프라 투자 계획을 설명하면서 “미국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많은 나라와의 교역에서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우리 기업들 상품에 막대한 관세를 물리고 있는데도 미국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며 호혜세 도입 방침을 밝혔다.

호혜세는 미국산 제품에 다른 국가들이 매기는 만큼 해당 국가 상품에 수입관세를 매기겠다는 개념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25년간 살인을 저지르고 빠져나간 꼴이기 때문에 우리는 정책을 바꿀 것이며, 조금은 가혹할 것”이라고 했다. 엄포에만 그치지는 않을 기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상대국들에 무역보복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중·일 3국을 특별히 지목했다. “이들 국가 중엔 미국의 동맹국도 있지만 교역에 관한 한, 동맹이 아니다”고 강조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한 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 호혜세를 거론한 점도 개운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6·25전쟁 때 한국을 도왔다. 한국은 이제 부유해졌으니 미국에 갚아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한국이 주된 과녁임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한국산 철강과 화학제품에 대해선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산 반도체의 수입금지까지 검토 중이다. 한·미 FTA 개정 협상 과정도 녹록지 않다.

한·미 두 나라가 무역에 관한 한 ‘전쟁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중·일 3국 중에서도 유독 한국이 미국의 무역규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쯤 되면 미국이 북한에는 ‘군사적 코피전략’(제한적 정밀 타격)을, 한국에는 ‘통상분야 코피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미국의 계속되는 통상공세가 대북 문제를 둘러싸고 삐걱대는 한·미 공조와 무관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