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촬영 부탁 앱의 탄생
'잘 나온 사진' 4만여장 분석
원하는 사진 구도 17개 제공
커플샷 등 2인 구도 지원 예정
고려대 스타트업 지원으로 대박
사무실 무상입주로 임차료 '0'
법률·회계·경영전략 등 자문받아
9개국 언어로 번역… 해외진출도
2년 전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간 박조은 씨(25·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는 어느 날 ‘나홀로 여행’을 즐기다 현지에서 만난 한 이방인에게 사진 한 컷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사전에 원하는 구도를 설명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초점이 흔들리고 얼굴은 실제보다 훨씬 커 보였다. 그렇다고 선뜻 사진을 찍어준 은인을 타박할 수도 없었다.
1년 뒤 귀국한 박씨는 해결 방안을 고민한 끝에 ‘원하는 구도를 미리 실루엣으로 만들어 보여주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사진 촬영 부탁 앱(응용프로그램) ‘소브스(SOVS)’는 이렇게 탄생했다.
◆얼짱 각도와 실루엣 제공…앱 시장 돌풍
소브스는 원하는 구도를 간편하게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카메라 앱이다. 지난해 12월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된 지 한 달 만인 1월 말에 유료 앱 부문 1위에 올랐다. 이달 들어서도 꾸준히 5위권 내에 들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앱은 내달 선보일 예정이다.
소브스는 인물사진을 잘 표현할 수 있는 17개의 실루엣을 제공한다. 신체 특성이나 상황에 맞게 실루엣 크기를 조절하고 위치를 바꿀 수 있다. 또 머리는 작게, 다리는 길게 보이는 구도를 제공해 ‘얼짱’ 사진을 원하는 사용자 마음을 파고들었다.
소브스는 고려대생 박씨와 소수영 씨(22·경영학과)가 의기투합해 창업한 학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직원 5명 중 4명이 재학생이다. 박씨와 소씨는 고대 기업가학회(FES)에서 만나 작년 1월부터 앱 개발을 시작했다. ‘잘 나온 사진’을 표준화하기 위해 4만4000여 장의 스냅 사진을 분석하고, 20여 개의 기존 카메라 앱을 모두 살펴봤다.
◆“시장이 원하는 서비스”…밀어붙여
젊은 패기로 뛰어들었지만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두 대표 모두 컴퓨터 관련 전공이 아니라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터득했다. 창업 초기에는 자본이 부족해 학교 지원금이나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으로 하루하루 버텼다고 소 대표는 전했다.
고대 경영대학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연구원의 도움이 컸다. 이 연구원은 경영대 본관 2층에 조성돼 10여 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소브스는 연구원이 주최한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해 지난해 7월 입소했다. 소 대표는 “무료로 사무실을 제공받아 가장 큰 부담인 임차료를 해결하고, 법률 회계 경영전략 자문도 받아 앱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브스는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미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9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우정 및 러브 샷’ 등을 찍을 수 있는 2인 구도 실루엣도 조만간 지원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소브스는 카메라 앱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대신하는 앱”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경험이 일천해 개발이나 조직 구성 등 모든 것이 힘들었지만 시장 수요를 확신하고 매진한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