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실적 전무했던 중소제약사 보고신약, 라오스서 한국 숙취해소음료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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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넣은 리프레시 돌풍
KOTRA 지원받아 음주 1위국 라오스 진출
한류 업고 판매 '불티'
매출 25% 수출로 달성
동남아 공략 본격화
헛개 성분 넣은 음료, 미국 출시로 연타석 홈런
KOTRA 지원받아 음주 1위국 라오스 진출
한류 업고 판매 '불티'
매출 25% 수출로 달성
동남아 공략 본격화
헛개 성분 넣은 음료, 미국 출시로 연타석 홈런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중심가에 있는 한 마트의 냉장고 문을 열자 태극기가 선명하게 박힌 숙취해소음료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을 새롭게 해준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리프레시(refresh).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 중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이 가장 많은 라오스인이 가장 선호하는 숙취해소음료다. 수출 실적이 전무하던 한 중소기업의 첫 수출 히트작이 라오스 전역을 매료시켰다.
음료 소비 많은 라오스에 승부수
주인공은 국내 제약회사에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건강·기능성 음료를 납품해온 중소업체 보고신약이다. ‘6년근 홍삼골드’ ‘쌍화탕’ ‘위속청큐’ 등 익숙한 드링크제를 연간 2000만 병 가까이 내수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회사다. 남경수 보고신약 대표는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에 제품을 공급하며 매년 20%씩 회사를 성장시켰지만 다른 회사 브랜드만 생산하다 보니 ‘내 이름’을 걸고 수출길을 개척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첫 수출지였던 중국 시장에서 실패를 맛본 남 대표는 곧장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홍삼에 열광하는 중국인을 타깃으로 한 홍삼드링크 ‘고려삼’을 야심차게 내놨지만 까다로운 인증 절차와 높은 허가비용 탓에 백기를 들었다. 그는 세계 방방곡곡에 무역관을 둔 KOTRA의 도움을 받아 라오스 시장을 낙점했다. 라오스를 공략할 무기는 홍삼이 아니라 숙취해소음료였다.
라오스는 숙취해소음료 기업에 불모지였다. 한때 태국의 한 업체가 뛰어들었지만 현지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평생 본 적 없는 생소한 제품이고 현지인 입맛에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그러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쟁자가 없는 데다 라오스 국민이 술을 많이 마신다는 분석을 토대로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다.
라오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총가계소득 가운데 50% 이상을 식음료에 소비하는 독특한 시장으로 꼽힌다. 롯데리아 등 국내 대형 식음료업체가 앞다퉈 라오스에 발을 들이는 이유다. 음주 문화는 더욱 남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라오스 국민 한 명이 1년간 마시는 술의 양은 7.3L다. 국민소득이 두 배 이상 높은 태국(7.1L) 등 인접 국가를 모두 제친 수치다.
동남아 ‘한류 열풍’ 타고 순항
기회는 맞아떨어졌다. 라오스인이 가장 즐겨먹는 양주로 알려진 ‘조니 워커’를 독점 수입 판매하는 현지 무역업체 아시아나인터트레이드에서 한국인이 마시는 숙취해소음료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사무안 시사랏 아시아나인터트레이드 부사장은 “우연히 찾은 한국에서 숙취해소음료를 맛본 뒤 술을 좋아하는 라오스에서도 먹힐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남스타일’ ‘불닭볶음면’ 등 한국 문화와 음식이 동남아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킨 게 큰 역할을 했다. 제품 외부에 태극기를 새긴 것도 한국산임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박창은 KOTRA 비엔티안 무역관장은 “한국 중소기업과 현지 업체 간 가교역할을 하며 이른바 ‘대박상품’을 키워낼 수 있었다”며 “한국인 관광객이 5년 새 약 400%나 증가하면서 한국 문화가 서서히 라오스 현지에 스며든 것도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보고신약은 라오스를 발판삼아 헛개 성분을 넣은 ‘모닝리커버리’라는 제품을 미국에 출시해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이 덕분에 수출 실적이 전무하던 보고신약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25%로 급증했다. 탄력을 받은 이 회사는 조만간 베트남에 공장을 세워 라오스를 기점으로 동남아 숙취해소음료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비엔티안=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음료 소비 많은 라오스에 승부수
주인공은 국내 제약회사에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건강·기능성 음료를 납품해온 중소업체 보고신약이다. ‘6년근 홍삼골드’ ‘쌍화탕’ ‘위속청큐’ 등 익숙한 드링크제를 연간 2000만 병 가까이 내수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회사다. 남경수 보고신약 대표는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에 제품을 공급하며 매년 20%씩 회사를 성장시켰지만 다른 회사 브랜드만 생산하다 보니 ‘내 이름’을 걸고 수출길을 개척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첫 수출지였던 중국 시장에서 실패를 맛본 남 대표는 곧장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홍삼에 열광하는 중국인을 타깃으로 한 홍삼드링크 ‘고려삼’을 야심차게 내놨지만 까다로운 인증 절차와 높은 허가비용 탓에 백기를 들었다. 그는 세계 방방곡곡에 무역관을 둔 KOTRA의 도움을 받아 라오스 시장을 낙점했다. 라오스를 공략할 무기는 홍삼이 아니라 숙취해소음료였다.
라오스는 숙취해소음료 기업에 불모지였다. 한때 태국의 한 업체가 뛰어들었지만 현지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평생 본 적 없는 생소한 제품이고 현지인 입맛에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그러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쟁자가 없는 데다 라오스 국민이 술을 많이 마신다는 분석을 토대로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다.
라오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총가계소득 가운데 50% 이상을 식음료에 소비하는 독특한 시장으로 꼽힌다. 롯데리아 등 국내 대형 식음료업체가 앞다퉈 라오스에 발을 들이는 이유다. 음주 문화는 더욱 남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라오스 국민 한 명이 1년간 마시는 술의 양은 7.3L다. 국민소득이 두 배 이상 높은 태국(7.1L) 등 인접 국가를 모두 제친 수치다.
동남아 ‘한류 열풍’ 타고 순항
기회는 맞아떨어졌다. 라오스인이 가장 즐겨먹는 양주로 알려진 ‘조니 워커’를 독점 수입 판매하는 현지 무역업체 아시아나인터트레이드에서 한국인이 마시는 숙취해소음료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사무안 시사랏 아시아나인터트레이드 부사장은 “우연히 찾은 한국에서 숙취해소음료를 맛본 뒤 술을 좋아하는 라오스에서도 먹힐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남스타일’ ‘불닭볶음면’ 등 한국 문화와 음식이 동남아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킨 게 큰 역할을 했다. 제품 외부에 태극기를 새긴 것도 한국산임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박창은 KOTRA 비엔티안 무역관장은 “한국 중소기업과 현지 업체 간 가교역할을 하며 이른바 ‘대박상품’을 키워낼 수 있었다”며 “한국인 관광객이 5년 새 약 400%나 증가하면서 한국 문화가 서서히 라오스 현지에 스며든 것도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보고신약은 라오스를 발판삼아 헛개 성분을 넣은 ‘모닝리커버리’라는 제품을 미국에 출시해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이 덕분에 수출 실적이 전무하던 보고신약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25%로 급증했다. 탄력을 받은 이 회사는 조만간 베트남에 공장을 세워 라오스를 기점으로 동남아 숙취해소음료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비엔티안=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