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는 ‘탈(脫)원전’과 원전 수출 문제를 놓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패널 간 논쟁이 벌어졌다. 김대중 정부 때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개인적으로 원자력 분야 책을 세 권 썼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회장은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원전을 수출한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다른 나라도 그런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세계에서 57기의 원전이 지어지고 있고, 건설이 계획된 원전이 158기, 신규 제안도 351기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원전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 같지 않다”며 백 장관에게 탈원전과 수출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복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포럼 내내 부드럽게 말을 이어가던 백 장관은 이 질문에 목소리를 높여 “탈원전을 하는 국가 중 원전을 수출한 사례가 없다는 말엔 동의하지 못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은 탈원전을 하면서 원전을 수출했고 프랑스도 현재 75% 수준인 원전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낮출 계획이지만 수출은 계속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탈원전에도 원전 수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거나 원전을 축소 중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일본 도시바, 프랑스 아레바 등 업체들이 여전히 세계 원전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탈원전이 수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백 장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봐도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은 재생에너지 쪽이 훨씬 더 크다”며 “원전은 안전 문제도 있지만 균등 발전 단가 측면에서 2028년이면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보다 비싸진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포럼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백 장관의 단호한 부정에 당혹스러웠지만 시간이 부족해 재반박하지 못했다”며 논지를 추가했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 등은 한국처럼 탈원전을 선언한 적이 없었고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단됐던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며 “한국이 탈원전에 들어가면 인력 충원과 연구개발(R&D)이 제대로 안 돼 기술 경쟁력이 사라질 텐데 그럼 누가 한국의 원전을 도입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