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발의한 국정과제 법안의 국회 통과율이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 등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복지 공약이 국회에 묶여 있다. 2월 임시국회도 자유한국당의 법안 심사 보이콧으로 ‘빈손 국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정부의 정책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법제처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제출한 국정과제 법안 32건 중 7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율로 따지면 21.8%에 그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 정부와 비교하면 법안 통과율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박근혜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통과율은 57%(19대 국회 기준)였다. 지금처럼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이던 노무현 정부 때(통과율 81.8%)보다도 크게 낮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공약에는 복지 관련 공약이 많다. 만 5세 이하 아동에게 매월 일정액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의 기준 지급액을 각각 25만원과 30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골자인 기초연금법과 장애인연금법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 부패방지법(국민감사청구 확대), 화학물질관리법(화학물질 규제 강화), 공직자윤리법(공직자 재산심사 강화) 등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은 법안들도 국회에 묶여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정과제 상당수가 법 개정이나 제정으로 추진되는데 입법 지연으로 정책 동력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정부의 입법 실적이 떨어진 데 대해 국회 관계자는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는 국회가 ‘통법부’라고 불릴 정도로 정부의 거수기 노릇만 했지만 지금은 국회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통제’하는 단계까지 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2012년 여야 합의 없이는 사실상 법안을 처리할 수 없도록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입법 환경이 정부에 더욱 불리해졌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입법 노력 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의 대(對)국회 협상력이 과거 정부보다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야당 관계자는 “여당은 물론 문 대통령도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과의 소통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