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판결을 존중한다. 기업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유의동 바른정당 대변인)
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직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각각 내놓은 논평이다. 조만간 통합해 새 출발을 앞둔 두 정당에서 나온 메시지치고는 너무나 결이 달랐다.
통합신당인 바른미래당은 합리적인 중도 이념정당을 목표로 한다. 지역주의에 기대지 않고 부동층인 수도권과 20·30세대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바른미래당 출범은 한국 정당사에 기록될 만한 실험”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8일 발표한 조사에서 통합을 가정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10.9%였다. 국민의당(5.2%)과 바른정당(6.6%) 지지율의 단순 합산보다 0.9%포인트 낮다. 합당에 따른 시너지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당은 지금 한 살림을 차리기 위한 이른바 ‘결혼 준비’ 과정에 있다. 13일 통합의 막바지 절차인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앞둔 시점에서도 정책을 놓고 삐걱거리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계승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바른정당은 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양당은 “사소한 생각의 차이로 합당의 큰 흐름을 막을 순 없다”며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대북정책은 언제든 다시 터져나올 수 있는 갈등 요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통합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이라고 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보수 가치를 훼손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후 합당 추진 과정에서도 각 정당의 핵심 가치와 정책을 어느 정도 양보하겠다는 발언은 어디에도 없다.
바른미래당은 13일 두 당의 인력과 자산을 합치는 ‘물리적 결합’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념과 정책 노선을 하나로 뭉치는 ‘화학적 결합’은 여전히 미완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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