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 주인공은 서울·경기·광주·익산·해남 사는 초등학생
양정웅 총연출 "혹한·무더위에 잘 따라와 줬죠"
'평창올림픽' 어벤저스가 된 굴렁쇠 소년들
그래서 다섯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다한 뒤 잘 자라서 행복해졌을까.

문득 뒷얘기가 궁금해진다.

개회식 연출을 맡았던 양정웅 총연출에게 11일 전화로 뒷얘기를 물었더니 "폐회식도 숨은그림찾기처럼 개회식과 연결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스포일러가 될 걸 우려했는지 "출연진에 대한 언급은 비밀"이라고 했다.

하지만 왠지 폐회식에서 다섯 아이를 다시 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지만 알차고 근사하는 평을 받은 평창올림픽 개회식이 짜임새 있는 구성을 살리면서 성공을 거둔 데는 극 중 주인공인 다섯 아이도 한몫했다.

아이들은 개회식 때 전 세계 시청자와 관객들을 평화를 찾아가는 판타지 동화 속으로 이끄는 안내자 역할을 했다.
'평창올림픽' 어벤저스가 된 굴렁쇠 소년들
다섯 아이의 극 중 이름은 해나래, 아라, 푸리, 비채, 누리인데 동양 오행사상의 화(불), 수(물), 목(나무), 금(쇠), 토(흑)와 올림픽의 '오륜'을 상징한다고 한다.

실제 인물도 궁금해 물었더니 지난해 초쯤 오디션을 거쳐 전국 각지에서 선발했다고 했다.

주인공은 최승(12), 김에이미(12), 김정철(11), 김지우(9), 방윤하(9)로 서울, 경기, 광주, 익산, 해남에 사는 초등학생들이었다.

양정웅 총연출은 "개회식 때 보여준 영상들을 혹한과 무더위 속에 촬영했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줬다"고 했다.
'평창올림픽' 어벤저스가 된 굴렁쇠 소년들
다섯 아이는 마지막 남은 분단국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의 의미를 전 세계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개회식 스토리를 보면 아이들은 시간 여행을 통해 천지인의 땅인 한반도에서 고대인들이 누렸던 평화의 원형을 보고 배운 뒤 이를 세상에 전하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아이들은 기술을 통한 연결과 공유로 평화를 구현하는 미래 사회에서 평화의 답을 발견하고 되돌아와 사람들에게 평화의 촛불을 전한다.

다섯 아이는 30년 전 서울올림픽을 상징하는 '굴렁쇠 소년'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는 설명이었다.

"요즘은 한 명의 슈퍼히어로보다는 어벤저스잖아요.

한 명이었던 굴렁쇠 소년이 다섯 명이 된 거죠." 양정웅 총연출은 웃으며 얘기했다.

서울올림픽 당시 8세였던 굴렁쇠 소년은 올림픽 개막식이 거의 끝날 무렵 정적이 흐르는 잠실운동장에 혼자서 하나 된 지구,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굴렁쇠를 굴리며 등장해 세계인이 숨죽이며 지켜보게 했다.
'평창올림픽' 어벤저스가 된 굴렁쇠 소년들
하지만 다섯 아이가 새롭게 전한 평화의 메시지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확산이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는 토대가 될 것이란 기술에 대한 강한 낙관주의가 깔렸다.

그리고 이런 미래적인 평화를 ICT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는 한국이 견인하겠다는 포부도 담겼다.

하지만 과연 기술의 발전으로, 그리고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만으로 평화가 찾아올까.

유지될 수 있을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다섯 아이는 올림픽을 지켜보는 세계인들에게 희망이 담긴, 평화에 관한 멋진 동화와 함께 고민거리도 던져준다.
'평창올림픽' 어벤저스가 된 굴렁쇠 소년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