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 해외 플랜트 부실 규모를 예측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호반건설은 8일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소식을 듣고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인수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호반건설은 이날 매각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메릴린치를 통해 산업은행에 우선협상자 지위 포기 공문을 제출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숨겨진 해외 플랜트사업 부실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7일 발표한 2017년 잠정실적에 3000억원의 잠재손실을 반영했다.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 설치된 기자재가 불량으로 판명나 다시 제작하는 것이 불가피해져서다. 대우건설이 수행하는 해외공사 현장은 쿠웨이트 알 주르 정유시설, 에티오피아 고속도로 등 약 20개 프로젝트다. 수주금액은 약 13조3000억원에 이른다. 호반건설은 아직 산업은행과 양해각서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매각이 결렬돼도 법적 책임은 없다.

대우건설이 회계 투명성을 의심받고 있는 만큼 재매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산은이 대우건설에 쏟아부은 3조2000억원의 자금 회수도 불확실해졌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