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유통회사 조혜정의멸치연구소 조혜정 대표(사진)는 이런 위기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고정관념을 깨는 ‘짜지 않은 멸치’를 선보인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 대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온라인몰을 통해 제품을 처음 팔았을 때다. 하루에 한 품목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원어데이’에 ‘지리 멸치’(아주 작은 멸치)를 팔았다. “하루에 2500박스를 팔았어요. 당시 대박에 가까운 실적이었는데 정작 댓글을 보니 웃을 수 없더라고요.”
당시 댓글의 80%는 ‘제품과 가격은 좋은데 너무 짜다’ ‘아이들에게 주려고 샀는데 짠맛이 강해 못 먹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조 대표는 “소비자들이 짠맛에 이렇게 민감한 줄 몰랐다”고 회상했다.
조 대표가 만든 첫 저염멸치는 염도가 3%였다. 생산 과정에서 소금 투입량을 줄였다. 문제는 유통과 보관이었다. 멸치의 부패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는 염분을 빼자 부패가 빠르게 진행됐다. “유통 과정에서 모두 썩어버렸습니다. 생산한 모든 멸치를 폐기해야 했죠.”
조 대표는 소금을 평소처럼 넣되 이후 공정에서 염분을 닦아내는 아이디어를 냈다. 김진수 경상대 해양식품공학과 교수와 함께 물 온도를 조절하고 멸치 표면에 코팅하는 방식으로 염분 제거 공정을 개발했다. 부패를 막기 위해 수분 함량도 더 낮췄다.
조 대표는 “일반 멸치의 건조도가 25~35%라면 우리 멸치는 18% 수준까지 바싹 건조한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2013년 이에 대한 특허를 냈고 2015년 해양수산부가 선정하는 수산분야 신지식인에도 선정됐다.
멸치의 염도를 낮출 수 있다는 건 염도 조절을 통해 다양한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조혜정의멸치연구소가 생산하는 저염멸치의 염도는 납품처에 따라 3%, 5%, 6% 등 다양하다.
조 대표의 멸치 가공공장에는 1년에 한 번 50여 명의 주부검사단이 방문한다. 식품류를 생산자 직거래 방식으로 판매하는 조합 ‘한살림’의 회원으로 구성된 검사단이다. 청결도와 제품 성분 등을 일일이 확인한다. 조 대표는 “한살림의 품질 기준을 통과하면 50인의 검사단은 마케터로 변한다”며 “입소문 덕분에 한살림 판매량이 초기에 비해 5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주요 거래처다. ‘짠맛을 줄인 맛있는 멸치’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얼마간 진열해야 하는 유통업체 특성상 여기엔 염도가 약간 높은 6% 멸치가 들어간다. 조 대표는 “그래도 염도 10%대의 기존 멸치에 비해 40%가량 염분을 적게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수산인 집안에서 자랐다. 할아버지 때부터 경남 삼천포(지금의 사천)에서 수산업에 종사했다. 지금은 조 대표 오빠인 조봉옥 씨가 조양호와 삼양호 두 개의 선단(일반적으로 배 다섯 척으로 구성)을 운영하고 있다.
조 대표는 부산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하다가 2008년 무렵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렸을 때는 멸치가 참 지긋지긋했어요. 그래서 사진을 전공하고 도시로 나가 살았죠.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고 사진관을 운영하는 게 힘들어지면서 오빠가 고향에 돌아와 멸치 유통을 맡아달라고 하더라고요. 아버지나 다름없던 오빠의 말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돌아왔습니다.”
조 대표의 올해 목표는 한 가지다. 더 많은 사람이 멸치를 먹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식자재 회사를 통해 저염멸치 유통을 늘릴 계획이다. 스낵 형태의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조 대표는 “비행기에서 주는 땅콩을 ‘땅콩을 곁들인 멸치 스낵’으로 바꾸고 싶다”며 “이를 위해 일본 스낵회사 기술을 이전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출도 확대할 방침이다. 2014년 미국 보스턴 식품 박람회에 참석한 뒤 미국 시장도 뚫었다. 미국 월마트와 중국계 슈퍼마켓 등에서 멸치 제품을 팔고 있다. 홍콩에도 4~5차례 수출에 성공했다. 연간 수출액은 50만달러(약 5억3300만원) 수준이다.
사천=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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