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에 새 반도체 공장 착공을 결정했다. 하지만 생산 품목과 투자 규모는 오는 8월 이후나 돼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빠르게 바뀌는 정보기술(IT) 생태계의 수요에 꼭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 건물만 먼저 짓는 데 따른 결과다.

삼성전자는 7일 경영위원회를 열고 평택에 제2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예비투자 안건을 의결했다. 예비투자 규모는 수천억원 안팎으로 반도체 생산 설비를 갖추기 위한 건물의 골조 공사 등에 대한 것이 포함됐다. 일반적인 반도체 공장 건설 속도를 감안하면 연내에 공장 건물 및 클린룸 공사를 완료하고 내년부터 생산 장비가 갖춰지기 시작해 본격적인 생산은 2020년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공장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는 하반기에나 발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이미지센서나 파운드리(반도체수탁업체) 생산 설비가 들어가거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서버용 D램이 생산 후보 품목으로 오르내린다. 삼성전자 반도체·부품(DS) 부문에는 복수의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3차원(3D) 낸드플래시는 중국 시안 2공장에서 2019년부터, 평택 1공장 2층에서 2020년부터 추가 양산되는 만큼 투자 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는 공장 건설 초기부터 생산 품목을 제시해 왔다. 2015년 평택 1공장과 지난해 중국 시안 2공장을 지을 때는 투자 초기 “3D낸드 공장을 짓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D낸드의 수요 급증이 뻔히 내다보이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당장 내년에 어떤 품목을 시장에서 필요로 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공장 건물이 올라가는 동안 좀 더 검토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엔 공장 건물 일부에 대한 투자 결정만 먼저 내리고, 한두 차례 생산 품목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상황에 따라 기존의 공장 건설 계획을 수정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삼성전자 평택 1공장은 3D낸드 전용 공장으로 지을 예정이었지만 2층 일부에는 D램 생산라인이 깔리고 있다. 반대로 D램 전용으로 계획됐던 SK하이닉스 이천 M14 공장은 3D낸드도 만들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낸드 생산라인을 D램 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지만 3D낸드를 D램으로 바꾸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 초기 투자 결정이 중요하다”며 “시스템 반도체 공정은 메모리 반도체와 차이가 커 둘 중 어느 쪽을 주력으로 가져갈지를 놓고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