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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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밑으로 떨어지는 등 달러 약세가 계속되면서 달러투자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올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기 전에 싼값에 달러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통상 연 1%대인 외화예금보다 높은 금리가 제공되고, 추가 납입과 중도 인출도 가능한 달러보험이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외화예금보다 금리 높고 중도인출도 가능… '달러보험' 갈아탈까
◆외화예금보다 금리 높은 달러보험

지난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86원50전을 기록했다. 넉 달 전인 지난해 10월19일 1133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떨어져 지난달 12일 1059원으로 최근 3년 새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말부터 달러 약세가 계속되면서 보험사들은 외화보험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외화보험은 미국 달러 등 외화로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도 외화로 받는다. 은행의 예·적금처럼 금리연동형 보험상품의 적립금에 적용하는 공시이율은 최소 2% 후반대다. 연 1%대인 외화예금보다 높은 금리가 제공된다. 이 때문에 외화예금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달러보험으로 갈아타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추가 납입과 중도 인출이 가능한 유니버설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예금과 비슷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미국계 생명보험사인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달 3일 ‘무배당 유니버셜달러종신보험’을 출시했다. 메트라이프가 출시한 달러종신보험은 보험료를 달러로 납입하고 보험금, 해지환급금, 중도인출금 등을 모두 달러로 받는 등 달러자산에 금리를 연동한 상품이다. 외화표시 종신보험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판매되고 있다. 공시이율은 업계 최고 수준인 연 3.5%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안정적인 미국 국채나 회사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공시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보험료를 달러 대신 일정 금액의 원화로 내는 ‘원화고정납입옵션’이다. 보험료가 달러로 책정되기 때문에 원화로 내면 환율에 따라 매달 내는 보험료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메트라이프생명은 기본보험료(납입시점 기준 달러를 원화로 환산한 보험료)의 115~230%를 매달 고정된 원화로 낼 경우 기본보험료를 뺀 차액을 추가 납입금으로 적립할 수 있는 옵션을 내놨다. 추가 납입한 보험료가 많을수록 환급금과 중도인출금 규모가 늘어난다.

◆연 2% 후반대 달러저축보험도 인기

푸르덴셜생명이 지난해 7월 출시한 ‘무배당 달러 평생소득 변액연금보험’은 매달 100억원어치 이상씩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금리나 펀드 수익률에 상관없이 가입 연령에 따라 납입 보험료의 연 3.8~5.2%가량의 확정된 노후소득 금액을 달러로 인출하거나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 메트라이프의 달러종신보험과 마찬가지로 주로 미국 장기 회사채에 투자한다. 푸르덴셜의 달러변액연금보험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판매액 6000만달러를 넘겼다.

앞서 외국계 보험사들이 출시한 저축성보험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ING생명의 ‘무배당ING달러로 키우는 저축보험’과 AIA생명의 ‘무배당마이달러저축보험’이 대표적이다. 달러종신보험과 변액보험처럼 매달 달러로 보험료를 내고 달러로 보험금을 받는 것은 동일하다. 여기에 납입 일시 중지나 추가 납입 기능 등을 활용해 유연한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근처럼 원화가 강세일 때 보험료를 추가 납입해 환급금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달러 자금이 필요할 때 중도 인출도 가능하다.

금리도 외화예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ING생명의 ‘무배당ING달러로 키우는 저축보험’은 공시이율이 연 2.84%다. 최저보증이율은 연 1.5%다. AIA생명의 ‘무배당마이달러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은 연 2.81%다. 최저보증이율은 연 1.5%다.

◆달러보험은 최소 10년 이상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향후 달러 가치가 반등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로 달러보험 상품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달러보험이 주로 고액 자산가들의 분산 투자 및 절세·상속 수단으로 활용된 데 비해 최근에는 자녀 유학 및 노후자금 목적으로 달러보험 상품을 찾는 일반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달러보험은 기본적으로 장기투자상품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메트라이프가 출시한 ‘유니버셜달러종신보험’은 종신보험이다. 종신보험은 저축성보험과 달리 수익이 아니라 위험 대비를 목적으로 하며, 사망 시 계약시점에 약속한 보험금만 지급하는 상품이다.

외국계 보험사가 내놓은 달러저축보험도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한 저축성보험이다. 10년 이상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환차익이 비(非)과세이긴 하지만, 만기까지 유지하지 않으면 만기 시 받을 금리의 절반가량을 중도해지 수수료로 물어야 할 수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