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종 ‘간판’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12월 이후 2개월여간 19만~20만원 박스권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정제마진(원유를 정제해 남기는 이익) 축소로 작년 4분기 실적 악화 및 올 1분기 실적 부진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높아지는 배당성향(배당총액/순이익)과 신사업인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성공 가능성, 저평가된 주가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빅데이터 이 종목] 배당·신사업·저평가 '3색 매력'… SK이노베이션, 고유가 파고 넘을까
◆지지부진한 주가

SK이노베이션은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500원(0.75%) 내린 19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11월10일 21만1000원을 마지막으로 21만원 선을 내준 뒤 좀처럼 19만~20만원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 30일 이틀간 일시적으로 21만원대로 올라서긴 했지만 이후 다시 20만원대로 밀렸다. 수급 측면에선 기관투가자들의 ‘팔자’가 발목을 잡고 있다. 기관은 작년 12월 이후 SK이노베이션을 67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 부진의 핵심요인은 정제마진 축소에 따른 실적 악화 가능성이다. 작년 9월 월평균 배럴당 9.1달러까지 확대됐던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유가 상승 여파로 지난달 6.1달러로 줄어들었다.

SK이노베이션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8452억원으로 전년 동기(8491억원)보다 0.45% 감소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악화에 따른 손실분은 재고평가 이익 등으로 상쇄했지만 유가 하락으로 파생상품 관련 손실 등이 1661억원 발생해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 컨센서스(증권업계 추정치 평균)는 8561억원으로 작년 1분기(1조43억원)보다 14.75% 적다.

◆“주주가치 제고는 매력 포인트”

전문가들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갈수록 높아지는 배당성향, 신사업 성공 가능성,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접근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말 지난해 실적발표를 하면서 주당 8000원(2017년 7월 중간배당 1600원 포함)을 배당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작년(주당 6400원)보다 25% 늘어난 금액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이날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배당금/현재 주가)은 4.0%로 시가총액 상위 30위 기업 중 3위 수준이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배당 확대 정책은 큰 폭의 주가 하락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에이션도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0.9배에 머물고 있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건 기업가치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 낮을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미국 발레로, 인도 릴라이언스, 대만 포모사 등 글로벌 경쟁사들은 PBR이 2~3배에 형성돼 있다.

신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분야 성장 가능성도 SK이노베이션의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삼성SDI 등 경쟁사들과 달리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이 기업가치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 분야 성과가 가시화하면 주가도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