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 반려되면 수억원 내야
반포주공1 호가 3억 내려도 관망
◆송파 이어 서초·강남도 “추가검증”
국토부와 서울시가 강남권 각 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에 대해 철저한 심사를 주문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작년 말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가 대상이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 시장 압박을 강화하면서 본보기로 부담금 폭탄을 맞는 단지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잠실진주, 잠실미성·크로바 두 단지의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지난달 28일 한국감정원에 정밀감정을 신청했다. 서초구도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한신4지구, 신동아아파트, 신반포13차의 관리처분 신청서에 대한 타당성 검증 의뢰에 필요한 서류를 요청하는 공문을 각 조합에 보냈다. 서초구 관계자는 “정부가 꼼꼼한 심사를 권고한 만큼 내부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남구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대치동 구마을1·2지구, 홍실아파트의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자체위원회를 통해 타당성 심사를 할 예정이다. 다만 경미한 변경사항으로 재인가 신청을 한 개나리4차와 서울시 이주심의까지 마무리 지은 개포주공1단지는 무리 없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전망이다.
◆9일부터 구청 심사 더 깐깐해져
설상가상으로 오는 9일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전면 개정안이 시행되면 관리처분계획안의 타당성 검증 절차가 의무화돼 통과 문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예컨대 △정비 사업비 추정치(재건축부담금 포함)가 사업시행계획보다 10% 이상 늘어나거나 △조합원 분담 규모가 조합원 대상 분양공고 시점 대비 20% 이상 증가하고 △계획 신청 후 15일 내 조합원 20% 이상이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하고 △각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이 같은 검증 절차가 적용된다.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그동안 관리처분인가는 특별한 흠결이 없으면 일부 보완만 거치고 통과됐지만 타당성 검증이 의무화되면 재건축 부담금이 조합 측이 추정한 것보다 더 늘어나는 단지가 속출할 것”이라며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 매력은 그만큼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청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 서울시의 ‘이주시기 조정위원회’ 심의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이후 이주 시기가 미뤄지면 금융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조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정비사업 속도조절을 통해 정부정책 실효성을 담보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서울시나 국토부가 포괄적인 감독규정을 적용해 구청 결정에 대해 시정지시로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수자 관망세에 거래도 위축
재건축 부담금을 앞세운 정부 압박이 이어지면서 거래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부담금 면제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던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투자 열기도 싸늘하게 식은 상태다. 현재 이 단지 전용면적 84㎡ 아파트 호가는 33억원으로 한풀 꺾였다. 지난주까지 35억원을 호가하던 주택형이다. 인근 L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 매물이 나오면 꼭 연락을 달라던 매수자가 줄을 섰지만 관리처분 신청이 반려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매수인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와 진주아파트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미성아파트 전용 59㎡는 11억원, 진주아파트 전용 59㎡는 13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매수 문의는 잠잠하다. 신천동 J공인 관계자는 “송파구가 정밀검증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매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 상태”라고 전했다.
환수제 적용이 확실시되는 단지도 물론 관망세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호가가 2000만~3000만원 하락했지만 매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건축심의 통과 등 호재가 남아 있지만 ‘가격이 단기에 너무 올랐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101㎡는 5000만원가량 내린 15억8000만원에 나왔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조수영/민경진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