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 다단계사기 후 밀항…'헷지 비트코인' 투자자 3만6천명 유인
필리핀서 조직 꾸려 서울 강남 등에 22곳 투자센터 차려 범행
수천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이고 외국으로 도피한 뒤에도 범죄조직을 만들어 사기범행을 이어가던 40대가 도피 12년 만에 송환돼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경찰청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10건의 수배를 받아온 마모(46)씨를 31일 필리핀에서 송환했다.

마씨는 2003∼2005년 국내에서 피라미드식 다단계 사기행각을 벌였다가 2006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여권을 위조, 중국을 거쳐 필리핀으로 밀항했다.

당시 마씨의 범행으로 발생한 사기 피해액은 3천200억원대에 달했다.

필리핀에 체류하던 그는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던 가상화폐를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이기로 하고 현지에서 새로 조직을 꾸렸다.

국내외 공범 30명이 가담한 마씨의 조직은 마닐라에 가상화폐 온라인 거래소를 차리고, '헷지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내세워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서울 강남 등에 투자센터 22곳을 차리고 "6개월 만에 원금의 2배 이상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사업설명회까지 열었다.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금의 15∼35%를 지급한다"고 꾀어 피라미드 방식으로 투자자를 늘렸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운 헷지 비트코인은 물품 구입이나 매매가 불가능한 가짜 가상화폐였다.

마씨 일당은 이런 수법으로 1년간 3만5천974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아 투자금 1천552억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필리핀에서 마씨 소재를 계속 추적하던 중 그가 마닐라에 체류한다는 첩보를 입수, 지난해 3월 공동조사팀을 파견해 필리핀 당국과 공조한 끝에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현지에서 호화생활을 즐긴 것으로 알려진 마씨는 무장 경호원을 늘 데리고 다녔다.

필리핀 이민청과 공조한 한국 경찰은 총기 소지자가 입장할 수 없는 대형 호텔에 마씨가 들어가는 순간을 노려 현장을 덮쳤다.

검거된 마씨는 마닐라 외국인수용소에 수감됐다.

경찰은 송환을 추진했으나 마씨가 강력히 거부하는 바람에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작년 12월 최초로 이뤄진 필리핀 도피사범 전세기 단체송환에 마씨의 공범 중 1명이 포함됐다.

이어 최근 필리핀을 방문한 경찰청 외사국장이 필리핀 법무부 고위 관계자에게 협조를 요청, 마침내 송환이 성사됐다.

송환된 마씨는 가상화폐 사기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로 호송돼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다.

경찰은 앞서 마씨의 공범 30명 가운데 28명을 검거해 6명을 구속했고, 검거되지 않은 2명은 계속 소재를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수사기관과 경찰 주재관,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 현지 사법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한 성과"라며 "앞으로도 중요 도피사범 검거를 위해 현지 기관과 지속적으로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