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북공조 약화 안된다" 설득…위안부합의 부담에도 미래지향 강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반도 주변 4개국 정상 중 유일하게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방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데에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우리 정부의 끈질긴 설득이 결정적이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12·28 한일 위안부합의의 효력을 둘러싸고 한일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아베 총리의 방한이 무망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했으나, 대북 공조와 함께 과거사를 넘어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강조하고 나선 청와대의 노력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양국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 사이에 가동된 '외교 핫라인'이 아베 총리의 평창행을 성사시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정 실장은 지난 13∼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야치 국장과 비공개로 회동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 실장이 당시 3자 회동에서 야치 국장을 향해 '이번에 (아베 총리가 평창에) 반드시 와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이 야치 국장을 설득한 논리는 바로 일본이 역내 전략운용 차원에서 가장 중시하고 있는 한·미·일 공조였다.
아베 총리가 평창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으면 한일관계가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한·미·일 3국간 협력이 약화하면서 일본의 운신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정 실장이 집요하게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정 실장이 '이번에 아베 총리가 오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한미일 공조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는 논리로 야치 국장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 24일 언론에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확실히 연대할 필요성, 최대한도로 높인 대북 압력을 유지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전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아베 총리의 평창행을 견인해내기 위한 '측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후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일본 자민당의 실력자인 다케시다 와타루(竹下亘) 총무회장과 접촉해 '아베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든 폐막식이든 반드시 와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계기에 두 정상이 만나 위안부 문제를 넘어서는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논의하지 않는다면 양국관계가 호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까지 활용한 청와대와 정부의 입체적 설득작전 끝에 아베 총리는 결국 평창을 가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게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베 총리의 방한 문제를 실무 협상하는 과정에서 양국 정부는 우리나라와 일본간의 '간판 대결'로서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의 금메달 경쟁이 펼쳐질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를 한일 정상이 함께 관람하는 안까지 논의했다는 뒷얘기도 들린다.
아베 총리가 마음을 돌린 데에는 결국 우리 정부 못지않게 일본도 이번 기회에 위안부 문제를 넘어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긴요하다는 인식이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 여당 내에서는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해 아베 총리의 방한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자국내 여론 역시 올림픽에 참석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운 것도 아베 총리로서는 큰 부담이 됐을 것이란 해석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