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해임' 표현 첫 명시… 금융당국과 마찰 빚은 은행들 바짝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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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2018 업무계획'
금융사 CEO 감시 강화하는 금융당국
은행들 "분위기 심상치 않다"
금융사 채용비리 근절하겠다는 정부
'의혹' 내세워 경영진 흔들기 우려도
사외이사 전문성·독립성 강화하기로
금융사 CEO 감시 강화하는 금융당국
은행들 "분위기 심상치 않다"
금융사 채용비리 근절하겠다는 정부
'의혹' 내세워 경영진 흔들기 우려도
사외이사 전문성·독립성 강화하기로
금융위원회가 28일 발표한 ‘2018년 업무계획’에는 채용비리를 저지른 금융회사의 경영진과 관련해 ‘해임 건의’라는 표현이 이례적으로 들어가 있다. 금융위가 2008년 출범한 이후 작성한 연간 업무계획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등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드러낸 적은 있지만 ‘해임’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처음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채용비리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금융당국이 채용비리 ‘의혹’ 혹은 ‘정황’을 일부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퇴진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 밖에 금융회사 CEO와 사외이사 선출 개선안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도 예고했다. 금융회사 CEO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가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분위기다. ◆“채용비리 근절 의지 표현”
금융위는 중대한 위법행위를 한 금융회사 경영진에 해임 권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자체 심의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금융회사 임원에 대해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을 내릴 수 있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을 경우 해당 사안에 대해 금융위가 최종 결론을 내린다. 금융위가 이미 갖고 있는 징계 권한을 업무계획에 굳이 기재한 것은 채용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국내 5개 은행에서 22개의 채용비리 정황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이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불합격 대상인데도 임원 면접점수를 조작했거나, 사외이사 자녀를 면접 전형에 올리려고 서류전형 합격 인원을 임의로 늘리는 식으로 채용비리를 저질렀다. 채용 비리를 유형별로 분류하면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9건,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7건, 채용 전형의 불공정한 운영이 6건이었다.
◆어디까지 불똥 튈까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채용비리 검사에서 은행들의 소명을 들었기 때문에 해당 수사기관에 사례들을 바로 이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금융시장과 소비자로부터 받는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CEO 연임 문제로 금융당국과 각을 세운 일부 금융회사가 이번 채용비리 적발 사례에 들어갔는지도 주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회사를 겨냥해 조사를 벌였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어느 은행에서 채용비리가 정확히 발견됐는지도 일부러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가 채용비리를 저지른 금융회사의 CEO 해임안을 발표한 시점과 금감원이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정황을 밝힌 시점이 겹쳐서다.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이 확실하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금융당국의 무리한 검사 및 제재가 해당 금융회사의 CEO 흔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채용비리를 책임져야 할 경영진의 범위에 금융지주 회장까지 포함할 수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 추진
금융위는 업무계획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도 예고했다. CEO 선임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비롯해 사외이사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 금융회사 경영진의 보수체계 개선 등이 담길 예정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결국 CEO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는 기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방침도 CEO의 사외이사에 대한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돼서다.
금융위는 기업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도 내년 상반기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유관기관과 상장사 의견수렴을 거쳐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금융위는 이 밖에 금융회사 CEO와 사외이사 선출 개선안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도 예고했다. 금융회사 CEO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가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분위기다. ◆“채용비리 근절 의지 표현”
금융위는 중대한 위법행위를 한 금융회사 경영진에 해임 권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자체 심의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금융회사 임원에 대해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을 내릴 수 있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을 경우 해당 사안에 대해 금융위가 최종 결론을 내린다. 금융위가 이미 갖고 있는 징계 권한을 업무계획에 굳이 기재한 것은 채용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국내 5개 은행에서 22개의 채용비리 정황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이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불합격 대상인데도 임원 면접점수를 조작했거나, 사외이사 자녀를 면접 전형에 올리려고 서류전형 합격 인원을 임의로 늘리는 식으로 채용비리를 저질렀다. 채용 비리를 유형별로 분류하면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9건,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7건, 채용 전형의 불공정한 운영이 6건이었다.
◆어디까지 불똥 튈까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채용비리 검사에서 은행들의 소명을 들었기 때문에 해당 수사기관에 사례들을 바로 이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금융시장과 소비자로부터 받는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CEO 연임 문제로 금융당국과 각을 세운 일부 금융회사가 이번 채용비리 적발 사례에 들어갔는지도 주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회사를 겨냥해 조사를 벌였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어느 은행에서 채용비리가 정확히 발견됐는지도 일부러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가 채용비리를 저지른 금융회사의 CEO 해임안을 발표한 시점과 금감원이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정황을 밝힌 시점이 겹쳐서다.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이 확실하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금융당국의 무리한 검사 및 제재가 해당 금융회사의 CEO 흔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채용비리를 책임져야 할 경영진의 범위에 금융지주 회장까지 포함할 수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 추진
금융위는 업무계획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도 예고했다. CEO 선임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비롯해 사외이사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 금융회사 경영진의 보수체계 개선 등이 담길 예정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결국 CEO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는 기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방침도 CEO의 사외이사에 대한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돼서다.
금융위는 기업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도 내년 상반기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유관기관과 상장사 의견수렴을 거쳐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