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3년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달러 약세 선호’ 발언 여파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원60전 내린 달러당 1058원6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4년 10월30일(1055원50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중 한때는 1057원90전까지 떨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 급락(원화 강세)은 달러 약세를 환영한다는 므누신 장관의 발언 때문이다. 므누신 장관은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무역과 기회 측면에서 확실히 ‘약한 달러’가 미국에 좋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미국이 달러 약세 정책을 펼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에 므누신 장관의 발언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글로벌 달러화 약세, 국내 경기 개선, 북한 리스크 완화 등이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는 지난해 2004년 이후 최대폭으로 절상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평균 1070원50전으로 1년 전(1207원70전)보다 137원20전 하락했다. 원화가치가 12.8% 올랐다. 이 같은 절상률은 2004년(15.2%)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될 수 있는 데다 북핵 문제가 언제든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원·달러 환율이 1050원 밑으로 떨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